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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서 아이팟에 총까지 쏴" 애플 갑질 당하던 메모리 업계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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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레 기자I 2026.10.29 13: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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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업체 장부까지 검사해 최저가 납품 압박한 애플
낸드값 떨어지면 제품 인수 거부…'슈퍼 갑' 군림
AI 열풍에 낸드 5배 급등…협상력 역전에 애플 '진땀'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구매자로 군림하며 헐값에 칩을 샀던 애플이 인공지능(AI) 열풍에 역풍을 맞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1년 새 5배로 뛰자 공급업체들이 오히려 애플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애플. (사진=AFP)
애플. (사진=AFP)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오랫동안 막강한 구매력을 앞세워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에 업계 최저 수준의 납품 가격을 요구해 왔다. 한때 전 세계 낸드플래시 공급량의 20% 이상을 사들이던 애플은 공급업체들에 다른 고객보다 비싼 가격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최혜 고객’ 조항까지 강요했다.

특히 애플은 공급업체들이 다른 고객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직접 감사했다. 과거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다른 고객에게 애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낸드플래시를 판매한 사실을 적발해 중재 절차를 거쳐 수천만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애플의 감사는 단순한 가격 확인에 그치지 않았다. 공급업체 공장의 생산설비 가동 현황까지 파악해 해당 업체가 대규모 주문을 얼마나 절실히 필요로 하는지 분석하고 이를 가격 협상에 활용했다. 감사가 워낙 잦아 당시 구매 책임자였던 토니 블레빈스는 회계법인 딜로이트와 대량 감사 할인까지 받았을 정도였다.

납품 계약을 맺고도 시장가격이 하락하면 제품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급업체들은 애플 전용으로 생산한 반도체까지 재고로 떠안아야 했고, 결국 추가 가격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는 일이 반복됐다.

애플의 강경한 협상 방식을 주도한 구매 책임자 토니 블레빈스는 경쟁업체 영업팀들이 서로 마주치도록 회의 일정을 잡아 가격 경쟁을 유도했다. 협상을 자정 넘게 이어가면서도 저녁 식사 시간을 주지 않아 영업 담당자들이 에너지바를 챙겨 다니기도 했다.

스콧 넬슨 키옥시아 영업담당 임원은 애플과의 거래에서 느낀 분노를 참지 못해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사막에서 자신의 아이팟을 소총으로 쏴 부쉈다. 그는 애플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했으며, 산산조각난 아이팟 조각은 지금도 책상에 보관하고 있다.

애플은 낸드플래시를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WSJ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저장 용량 업그레이드 판매에서 지난해까지 평균 80% 이상의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했다. 2023년 낸드플래시 업계가 약 19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동안 애플은 저장 용량 추가 판매로 약 140억달러의 매출총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불면서 ‘슈퍼 갑’으로 군림했던 애플도 ‘을’의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과거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구글 등 4개 기업을 합친 것보다 약 2배 많은 낸드플래시를 구매했지만, 현재는 이들 빅테크의 구매 규모가 애플의 2배에 달한다.

메타와 MS, 아마존은 올해 키옥시아와 높은 가격을 보장하는 장기 공급계약까지 체결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더 이상 애플의 대규모 주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약 60억달러에 구매했던 것과 비슷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올해 약 250억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반도체 업계 행사에서 메모리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의 달라진 처지를 두고 남몰래 기쁨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월트 쿤 테크인사이츠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그동안 메모리 업체들에게 매우 가혹하게 가격 협상을 해왔다”며 “이제 협상력의 균형이 바뀌면서 메모리 업계가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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