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2019년 12월31일 중국 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 미확인 바이러스를 최초 보고했다. 2020년 1월11일 제약사 화이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유전 형질을 구성하는 염기의 순서)을 파악했으며, 2020년 3월2일 미국 백악관 국무회의에서 백신개발 의사를 표명했다. 2020년 11월8일엔 화이자 백신 3상 연구 결과, 95.6%의 효과를 보였다. 2020년 12월8일 드디어 90세 보통 여성 마거릿 키넌이 영국 코번트리 대학병원에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았다. 중국 우한에서 미확인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약 1년 만이었다.
이달 15개국에서 동시 출간한 책 ‘문샷’(Moonshot)은 화이자의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가 직접 털어놓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뒷이야기다. 백신 개발부터 임상시험, 승인, 대량생산, 배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인칭 관점에서 기록했다.
 | | 2020년 11월8일 코로나19 백신의 놀라운 효능을 보고받고 기뻐하는 화이자의 더그 랭클러 자문위원(왼쪽부터), 미카엘 돌스텐 최고과학책임자, 앨버트 불라 CEO, 샐리 서스먼 최고기업업무책임자, 욜란다 라일 수석비서관의 모습(사진=인플루엔셜ⓒPfizer, In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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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선 발사를 뜻하는 문샷은 1949년 미국인들이 우주탐사를 계획했을 때 처음 쓰인 단어로 알려졌다. 근래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가능케 하는 혁신적 도전을 가리킨다. 불라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정을 ‘광속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이고, 백신을 내놓기까지의 과정을 ‘문샷’이라고 칭했다.
당시 그가 화이자 CEO가 된 지는 고작 2년차.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위험하면서도 복잡한 베팅이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는 게 불라의 전언이다. 그는 “인생이 늘 그렇듯 가장 중요한 결정은 가장 까다로웠다”며 “시대를 초월한 사고와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회고한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초기에는 포럼 연사로 초청받았다가 연기돼 조기 귀국하는 일이 있었는데, 불라는 비행기 안에서 백신 개발 관련 최우선 실행 과제 3가지를 메모했다. 몇몇 주요 항목을 통합하고 현재 중요도가 떨어지는 항목을 삭제하는 식으로 정리했다. 메모에 적힌 추진 계획을 보면 첫째가 ‘직원들의 안전과 안녕’이었다. 두 번째는 핵심 의약품의 병원 공급. 이어 세 번째가 코로나19의 의학적 해결책으로, 플랜A는 백신, 플랜B는 치료제라고 적었다.
 | | 2020년 3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초기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가 그리스에서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화이자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를 고민하며 적은 메모다. 첫째는 직원들의 안전과 안녕, 두번째는 핵심 의햑품의 병원 공급, 세번째는 코로나19의 의학적 해결책으로 플랜A는 백신, 플랜B는 치료제라고 적었다(사진=인플루엔셜ⓒPfizer, In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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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라는 백신을 완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증명된 기술이 아닌 메신저리보핵산(mRNA)이라는 미완의 기술을 선택하는 위험도 감수해야만 했다. “우리는 9개월 동안 수백 가지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중 다수는 내 몫이었다. 그로 인한 심적 부담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했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할 때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 해결하세요”라고 강조했고, 사명감이 직원들을 일에 몰입하게 했다고 불라는 기억했다.
상용화까지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백신 개발에 이어 생산, 유통까지 험난한 난관을 하나씩 돌파해 나갔다. 위기는 혁신하고, 진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게 불라의 생각이다. 다만 “누구에게나 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화이자가 혁신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원 분배방식, 그리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불라는 “과학은 승리할 것”이라고 거듭 말하면서도 백신을 둘러싼 정치·외교적 논쟁과 백신에 대한 평등한 접근은 계속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일갈한다. “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미래의 인류건강에 대해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고, 이러한 생각들을 통합하고 그 위에 살을 붙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 2020년 12월13일 미시간주 캘러머주 생산 공장에서 화이자 직원이 코로나19 백신의 첫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사진=화이자 제공ⓒ Pfizer, In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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