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전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디지털인사이트 포럼 특별 간담회에서 “제일 권력이 많은 사람이 제일 많은 변신을 해야 한다”며 “일하는 임직원, 집행부, 비서실·이사회 중 미래 지향적으로 혁신해야 하는 곳은 최고 권력을 가지고 결정 권한이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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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실적 부진과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최근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타고 연간 400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권 전 회장은 이 같은 반등을 오히려 경계했다. 그는 “지금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치고 올라갈 여건을 만들지 않으면 다시 쇠퇴기에 들어선다”며 “번지점프와도 같다. 떨어지면서 바닥에 갔을 때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제도”라고 말했다.
권 전 회장은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0여 년간 재직하며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쳐 삼성전자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삼성전자를 떠난 뒤에는 회사의 위기를 바라보며 “왜 저런 일이 벌어졌을까”를 되짚었다고 한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을 다 해봤는데 못 해본 것이 인사평가 시스템과 제도를 바꾸지 못한 것이라 아쉽다”며 “제도의 부재와 리더십의 부재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조직 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반도체(DS)부문과 완제품(DX)부문을 하나의 조직에 묶어두는 것이 경영 효율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한 바구니에 있는 것은 무리”라며 “DS는 기업간거래(B2B)고 완제품은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다. 두 가지 비즈니스의 속성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가 커지면 의사결정에서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며 “경영 관점에서는 갈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향후 최소 10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메모리 시장의 호황을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수요의 결과로 분석했다.
권 전 회장은 “메모리 시장이 저도 예상하지 못한 정도의 대호황을 맞았고 전 세계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AI라는 붐이 만들어낸 효과”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자동차 등 새로운 수요처가 계속 나온다”며 “볼륨 자체가 성장 산업이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최소 10년간 반도체는 성장 산업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반도체 시장의 성장만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AI 시대에는 과거처럼 선진 기업을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과 사업모델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전 회장은 “해방 이후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온 것은 퍼스트팔로워 전략, 카피해서 성공한 케이스”라며 “세상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키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TSMC는 왜 존경받는가.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으로 만든 곳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성장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권 전 회장은 “지난 10년간 기업에 무슨 변신이 있었나. 정부와 교육기관은 어땠는가. 학문의 질은 올랐지만 방식은 과거와 같다”며 “패스트팔로워 성공 모델이 계속 유효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은 바뀌었고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며 “아직도 과거의 방식이 좋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와 교육 시스템도 목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전 회장은 “기업이나 국가, 학계 모두 지향하는 목적과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존재의 이유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제도 역시 미래 산업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가 해고의 유연성이 제로라는 것”이라며 “모든 조직에는 저성과자가 있는데 그를 내보낼 방법이 없다. 이렇게 되면 조직 생산성이 좋아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도 연구개발과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영역에서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권 전 회장은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비즈니스나 연구개발(R&D)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른 나라도 같은 법이 있다면 문제없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과로하게 일시킨 부작용을 인정하더라도 과거 문제를 해결하려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 것이 아니라 미래에 적용했을 때 문제가 없을지도 함께 봐야 한다”며 “우리는 세계와 경쟁하고 있고,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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