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비 개인전 '무아멤무'
초기작 '방황'부터 최신 '허밍' 시리즈 선봬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전시가 희망되길"
에세이 '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 출간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그림을 그리면서 위로받지만 사실 완전한 치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쏟아내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지는 않아요. 매순간 도전하고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 진정한 치유가 되는거 아닐까요.”
그의 말처럼 가수 솔비(본명 권지안·39)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을 감행했다. 첫 에세이를 낼 때 “10년마다 한번은 책을 내고 싶다”는 말을 지켰고, “사과는 그릴 줄 아니?”라는 악플에 상처받았어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다.
어느덧 12년 차 화가가 된 그는 오는 5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갤러리치로에서 개인전 ‘무아멤무(Moi-MEME)’를 연다. 동시에 자전적 에세이 ‘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도 출간했다. 최근 갤러리치로에서 만난 솔비는 “스스로를 궁금해한다는 건 자기 안의 무수한 잠재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나를 매일 궁금해하기 때문에 예술의 모티브가 되고 끝없이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수 솔비(사진=엠에이피크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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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제목인 ‘무아멤무’는 프랑스어로 ‘나 자신’을 뜻하는 말이다. 에세이 제목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1년 처음 캔버스에 그린 작품 ‘방황’부터 2015~2019년까지의 ‘셀프-컬래버레이션’ 작업, 최신작 ‘허밍’ 시리즈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공개된다. 초창기 스스로 ‘나’를 찾아 방황했던 과정에서 작품을 비롯해 세상과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나간 작품 등 10여 년간의 여정을 만나볼 수 있다. “사과는 그릴 줄 아니?”라는 악플에 그만의 방식으로 답을 한 ‘애플 시리즈’도 전시해 놓았다.
“연예인 활동을 하면서 많은 분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예술 활동을 하면서는 악플에 시달리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피해자로서 방관하는 게 아니라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싶었죠. 여전히 피해당하고도 방법을 모른 채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 그림과 전시가 희망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솔비의 ‘Humming Letter with Monet’(사진=갤러리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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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작인 ‘허밍 레터 위드 모네(Humming Letter with Monet)’가 눈에 띈다. 강렬한 푸른색 배경에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앙엔 허밍을 뜻하는 글자를 새겼다. 유명한 모네의 ‘수련’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파리에서 열린 ‘모네X조안 미첼 특별전’을 보고 자연주의에 대해 큰 영감을 받았어요. 다음부터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죠. 모네를 존경했던 조안 미첼의 전시를 보면서 ‘나도 예술에 한번 미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첼이 그토록 사랑했던 모네 옆에서 전시하는 것처럼 저도 언젠가 사랑하는 뮤즈와 함께 기록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웃음).”
그의 삶을 지탱해 주는 ‘자기애’의 원천은 무엇일까. 솔비는 무엇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망설여지거나 혼란스러울 때도 결국 정답은 자신 안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용기있게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느끼고 보는 것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게 제 작업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스스로가 건강해지는 게 중요한 이유죠. 미술을 접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고 성취감도 느꼈어요. 외면을 가꾸는 것보다 내적인 풍부함은 사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죠. 많은 분이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매일 궁금해하면서 자신을 지켜나가면 좋겠어요.”
| 가수 솔비(사진=엠에이피크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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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비의 ‘Humming Letter’ 시리즈(사진=갤러리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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