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3주년 기념식 33년간 안내견 320마리 무상분양 훈련 통과율 35%…연간 약 15마리 양성 “안내견들에겐 ‘일’이 아니라 ‘행복한 일상’”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훈련을 마치고 약 1달 전 안내견이 된 래브라도 리트리버 '미소'가 유석종 삼성화재 프로의 지시에 따라 얌전히 앉아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고리, 앞으로!”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가 시각장애인 파트너 지시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갈림길에서 슬쩍 멈추자 “왼쪽으로”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리트리버는 능숙하게 옆에 서 있는 파트너를 안전한 인도로 안내한다. 장애물이 나와도 옆으로 슬쩍 피한 후 다시 안전한 인도로 들어온다. 계단에서도 “잘했어”라는 칭찬 하나면 무리 없이 사람을 안내한다. 바로 삼성화재(000810)해상보험(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베테랑 안내견 ‘고리’다.
27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는 개교 33주년 기념식에 앞서 안내견과 호흡을 맞춰 길을 걷는 시각장애인의 보행 시연이 진행됐다. 안내견학교에서만 21년을 함께한 유석종 프로는 “시각장애인이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목적지를 몰라서가 아니라 가는 길에 놓여 있는 수많은 장애물 때문”이라며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고 안내견은 마치 센서가 달린 자율주행차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안내견 ‘고리’, ‘미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모습이었다. 간식이 있는 담당 프로의 손을 계속해서 뚫어지게 보기도 하고, 현장에 있는 기자들의 손길 한 번에 꼬리를 신이 나게 흔들기도 했다. 담당 프로와 서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주고받는 개인기까지 보이는 등 컨디션이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안대를 쓰고 보행 체험에 나선 사람을 안내할 때는 평소보다 한층 천천히 걸으며 낯선 파트너의 속도에 맞췄다. 체험이 끝나고 칭찬과 간식을 받자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들더니 이내 바닥에 드러누워 배를 내보였다.
안내견 '고리'가 27일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훈련장 계단 앞에서 안전을 위해 우선 멈춰선 뒤 칭찬해 달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유 프로는 안내견들이 행복한 이유에 대해 “안내견들은 ‘일해야지’가 아니라 ‘주인이랑 밖에 나가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해서 안내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저도 미소(유 프로의 파트너 안내견)에게 얼마나 아부를 떠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안내견으로서 활동하는 아이들은 주인과 24시간 한 번도 떨어져 있지 않는다. 계속 옆에서 붙어 있으면서 항상 같이 다니면서 제대로 먹을 걸 얻어먹는 아이들의 생존 확률이 낮을 이유가 없다”고도 말했다. 시각 장애가 있는 유 프로도 안내견과 생활을 함께한 지 어언 25년이 됐다.
안내견 '고리'가 27일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훈련장에서 담당 프로의 손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애교를 부리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삼성화재의 안내견 사업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장애인 복지 철학에서 시작됐다. 1993년 설립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이듬해 첫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33년간 총 320두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분양했다. 안내견 훈련 통과율은 35% 안팎으로 연간 15두 내외 안내견을 양성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파트너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을 이어가며 안내견의 탄생부터 은퇴 이후까지 전 생애를 책임지고 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안내견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안내견은 파트너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늘 함께 생활한다. 시각장애인은 안내견과 함께하면서 타인의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립심을 얻는다. 스스로 안내견에게 방향을 지시하고 함께 외부 활동에 나서면서 시각장애를 얻은 뒤 위축됐던 에너지를 다시 바깥으로 발산하는 계기도 얻는다.
이날 열린 33주년 기념식에서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도 “(안내견 학교는) 단순한 사회 공헌 활동이 아니다. 시각장애인 일상의 든든한 발걸음이 돼 소중한 삶의 여정을 함께 거루며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안내견 태백이와 함께 기념식에 참석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안내견과 함께 어디든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계속해서 여러분과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