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보건복지부 의료인공지능데이터정책과장이 지난 7월부터 한 달여 동안 AI로 만든 실험 과제는 49개다. 행정안전부 ‘AI 정부 실험실’에 등록된 405개 프로젝트 가운데 개인으로는 가장 많다. 박 과장은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하기 전 3년 간 개발자로 일했다. 얼핏 보면 개발자 출신이라는 이력이 비결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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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처음부터 거창한 서비스를 만들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가장 먼저 AI에 시킨 일은 ‘우리 과가 무슨 일을 하는지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의료인공지능데이터정책과가 만든 보고서와 회의자료를 읽히고, 직원별 담당 업무까지 파악하게 했다. 이후 웹사이트와 텔레그램 봇을 붙여 업무 요청과 보고, 진행 상황을 기록하도록 했다.
직원들이 별도로 자료를 입력하지 않고 평소처럼 업무를 보고하는 것만으로도 진행 상황과 업무 이력이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효과를 봤다. 앞으로는 기한을 넘긴 업무를 찾아내거나 담당자가 바뀌었을 때 과거 업무 이력을 정리해 보고서 작성까지 돕는 ‘AI 부서 업무비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박 과장은 AI가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하는 자료 요약이나 문서 양식 변경 등 단순 업무를 AI에 맡기면 공무원은 그만큼 정책을 판단하고 고민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이 직접 AI 도구를 만드는 시도는 공직사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행안부가 지난 7월 3일부터 시범 운영 중인 ‘AI 정부 실험실’에는 한 달여 만에 405개의 프로젝트가 등록·추진되고 있다. 공공 개발 산출물 저장소 ‘깃랩’(GitLab) 가입자는 1000명을 넘어섰고, 이 중 189개 프로젝트가 다른 공무원도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정준우 행안부 공공인공지능혁신과장은 업무 내용을 입력하면 보고서 초안을 작성해주는 ‘온AI Work’를 개발 중이다. 김소희 국립국어원 연구사는 문장의 한국어 규범과 표현을 점검해주는 ‘한국어 규범 조언 도구’를, 우성균 조달청 주무관은 메모를 자동 분류하고 할 일을 관리해주는 지능형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공무원이 AI를 활용해 직접 업무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안과 품질 관리는 풀어야 할 과제다. 내부 행정자료를 활용하는 만큼 정보 유출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한 개발 환경과 AI 모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안부는 보안·품질과 산출물 관리, 업무 활용 절차 등을 담은 ‘공무원 직접 개발 업무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실험실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프로젝트는 보안·품질 검증을 거쳐 업무망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민·기관 공통 서비스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경우 정식 정보화 사업과 연계해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황규철 행안부 인공지능정부실장은 “공무원의 작은 아이디어가 공개와 공유를 통해 기관의 업무혁신으로 이어지고, 범정부가 함께 활용하는 공공의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