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가 510명에 달했다. 올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제조업과 50억원 이상 공사 현장의 건설업에서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산재 사고사망자는 늘었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무용론과 함께 산재 감축을 위한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전형배 강원대 교수는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회자되는 영국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영국은 1970년 산업안전혁신을 위한 로벤스 위원회를 구성해 자율규제시스템에 기반한 새로운 안전보건 철학을 제시하고 실천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율규제는 정부가 제정해 강행적으로 시행하는 규범 이외에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제정하는 행위규범의 이행도 법령의 준수로 보는 것”이라며 “촘촘한 정부 규제만으로는 더 이상 사고사망 재해를 줄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상황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그간 로벤스 보고서가 제안하는 정부의 규제 수준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는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보건 규범의 제정과 그 이행에 대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측면에서 고려하지 않았다”며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자율’이라는 철학을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법·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의 부족으로 기업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경영책임자의 형사처벌을 피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며 “대기업조차 안전 역량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키기보다 당장의 형사처벌을 피하는 데 관심이 집중돼 자율안전의 의지와 움직임이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현재 처벌 위주의 우리 산업안전 법령과 정책은 기업이 스스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없게 한다”며 “사업주가 스스로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감소대책을 마련하는 ‘위험성 평가’는 안전 분야의 국제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위험성 평가는 기업 스스로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여 개선대책을 수립·이행하는 제도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노사가 협력해 사업장의 위험을 발굴하고 그에 맞는 안전보건 대책을 수립·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도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과 이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