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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살인·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19)양을 살인의 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다며 1심의 무기징역형을 파기하고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주범인 김모(17)양에겐 살인·사체손괴·유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1심과 같은 징역 2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양에 대해 “김양이 가상이나 허구적 상황을 넘어 실제 살인행위로 나아간다는 점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했음에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그 범행 결의를 강화하거나 유지하도록 해 살인행위를 용이하도록 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살인 혐의 무죄 판단에 대해선 “범행 공모가 인정되려면 2인 이상의 사람이 현실에서 범죄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공모가 있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선 범행을 구체적으로 공모했다거나 박양이 김양에게 범행을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캐릭터나 자신을 행위주체로 삼아 가상의 살인 상황에 대해 대화를 자주 나눴다. 평소에도 실제로 사람 죽여본 적이 없음에도 죽여본 적이 있다는 취지로 대화를 나눴다”며 범행 당시 두 사람 간의 대화가 일상적 대화의 연장선상이었다고 봤다. 아울러 박양의 공모나 지시를 주장했던 김양의 진술에 대해서 “공모가 인정될 만큼 명확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박양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상황이라 지시에 따랐다’는 김양 주장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보면 동등한 위치였다”고 부정했다.
재판부는 살인방조 혐의에 대해선 “박양은 (가상에서) 김양이 살인을 할 때 흰옷을 입는다는 것을 알았다. 또 김양이 실제 흰옷을 입은 상황 등 범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받았다”며 “현실 속에서 실제 살인을 한다는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양이 김양과 실시간으로 전화통화를 주고받고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낸 건 김양이 살인 범행 대상을 용이하게 선정되도록 하고 살인의 범의를 강화하도록 정신적으로 돕는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양에 대해선 “자신의 행위로 다른 사람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커다란 고통을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범행을 참회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살인행위를 한 사실을 어느새 망각해버리고 자신의 범행을 타인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1심과 같이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은 만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해 살해한 경우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강력범죄처벌특례법 4조는 범행 당시 18세 미만인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해야 할 때는 그 형을 유기징역 20년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