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말고 느끼세요"...맛에서 '질감'으로 넘어간 커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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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6.03.12 16:20:58

퀄리티 상향 평준화 시대...색다른 경험 찾는 소비자 겨냥
SNS 최적화된 시각적 퍼포먼스·초개인화된 취향 저격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신제품 경쟁 패러다임이 원산지나 로스팅 등 맛의 영역을 넘어, 입안에 닿는 촉감과 목 넘김을 좌우하는 ‘질감’으로 확장하고 있다. 상향 평준화된 커피 시장에서 평범한 아메리카노나 라떼만으로는 더 이상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없게 되자, 업계는 공기, 생크림, 아이스크림 등을 활용해 텍스처 커피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스타벅스 신메뉴 '에어로카노'가 지난달 26일 출시 7일만에 100만잔 이상 팔려나갔다. (사진=스타벅스 제공).
이러한 질감 전쟁에 불을 지핀 것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2월 선보인 ‘에어로카노’는 출시 단 7일 만에 100만 잔 판매를 돌파하며 역대 아이스 음료 중 최단기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음료의 핵심은 고압의 공기를 주입하는 ‘에어레이팅(Airating)’ 기술이다. 일반 얼음물 대신 미세하고 벨벳 같은 크리미한 폼을 형성해 거친 얼음의 느낌 없이 부드러운 목 넘김을 극대화했다. 특히 에스프레소 거품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캐스케이딩(Cascading) 현상이 SNS 인증샷 열풍을 일으키며 흥행을 주도했다.

스타벅스 측 데이터에 따르면, 에어로카노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간대는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직후인 ‘오후 1시부터 2시’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 후 텁텁한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내면서도 부드럽고 가벼운 질감을 찾는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저격한 것이다. 주 구매 연령층은 압도적으로 ‘2030세대’에 집중됐다. 단순히 카페인을 충전하는 것을 넘어, 커피 한 잔에서도 새로운 시도와 이색적인 텍스처 경험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 소비 성향이 제대로 반영된 결과다.

투썸플레이스가 생크림 라인업을 출시했다. (사진=투썸플레이스)
경쟁사들 역시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투썸플레이스는 크림탑(Cream Top)을 자신들만의 전용 레시피 플랫폼으로 체계화한 ‘생크림 커피’ 라인업을 내세웠다. 우유와 생크림을 황금 비율로 블렌딩해 기존의 가벼운 우유 거품과는 차원이 다른 묵직하고 고소한 풍미를 구현했다. 추출 시간이 짧은 리스트레토(Ristretto) 샷을 사용해 크림의 부드러움과 커피의 깔끔한 끝맛이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일찌감치 액체와 고체의 경계를 허무는 독보적인 질감을 구축해 온 폴 바셋도 트렌드와 맞물려 다시금 조명 받고 있다. 폴 바셋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이자 론칭 이후 꾸준히 매출 점유율 톱5를 기록 중인 스테디셀러 ‘아이스크림 카페 라떼’가 그 주인공이다.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고소한 라떼 위에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을 토핑해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 음료는, 아이스크림의 쫀득한 유지방이 커피와 만날 때 생기는 온도 차와 질감의 대비를 십분 활용한다.

소비자들이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비싼 값을 치르면서도 ‘텍스처 커피’에 열광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경험의 확장이다. 단순히 시원하고 쓴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 층이 나뉘는 모습이나 거품이 내려오는 역동적인 시각적 재미가 보는 즐거움을 중시하는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또한 에어레이팅이나 크림 블렌딩 등 일반 음료보다 제조 공정이 하나 더 추가된 메뉴를 소비함으로써, 일상 속에서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심리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스페셜티 커피의 대중화로 원두 자체의 차별화는 이제 한계에 달했다”며 “앞으로의 커피 시장은 시각적인 즐거움과 입안의 섬세한 촉각을 얼마나 정교하게 디자인하느냐가 브랜드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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