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기금과 장애기금을 합친 기준으로는 2034년 고갈이 예상돼 지난해 전망과 같았고, 이 경우 약속 급여의 83%를 충당할 수 있다. 장애보험기금만 떼어 보면 전망 기간이 끝나는 2100년까지 전액 지급이 가능하다. 다만 두 기금을 합치려면 의회 입법이 필요하다.
노인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사정도 다소 나빠졌다. 입원 진료를 책임지는 병원보험기금(파트A)은 2033년 2분기까지 예정된 급여를 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 역시 지난해 보고서보다 한 분기 빨라졌다. 이후에는 파트A 급여의 89%만 지급할 수 있다. 반면 의사 진료(파트B)와 처방약(파트D)을 다루는 기금은 보험료와 연방 지원으로 매년 비용을 메워 재정이 건전하다. 표준 파트B 월 보험료는 올해 202.90달러(약 30만8000원)에서 내년 209.50달러(약 31만8000원)로 오를 전망이다.
고갈 시점이 앞당겨진 핵심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서명한 대규모 감세 법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원 빅 뷰티풀 빌)이다. 이 법은 낮은 소득세율을 영구화하고 노년층 공제를 확대했는데, 그 결과 사회보장 급여에 매겨지는 세금이 줄어 기금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감소한다.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의 세제 변경으로 향후 10년간 기금 수입이 약 1700억달러(약 258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로미나 보치아는 “의회가 지난해 노년층에 또 한 번 감세 혜택을 주면서 사회보장 재정을 더 악화시켰고, 그 청구서를 미래의 젊은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출산율 전망 하락과 미국 내 임시·미등록 이민자 추정치 감소도 고갈을 앞당긴 요인으로 꼽혔다. 일부 옹호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우려한다. 상당수 이민자가 세금은 내면서도 정작 연금은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회보장 옹호단체 소셜시큐리티웍스의 낸시 올트먼 대표는 이번 보고서가 트럼프 2기 정책을 처음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금이 완전히 바닥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일하는 노동자들이 급여세를 계속 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6200만명이 사회보장 은퇴·유족 연금을, 800만명이 장애 급여를 받았고, 메디케어 가입자는 6900만명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의회의 대응을 거듭 촉구했다. 거론되는 방안은 급여세율 인상, 연금 수령 개시 연령 상향, 급여세 부과 대상 소득 확대, 급여나 인상률 축소 등이다. 하지만 고령층이 막강한 표심을 가진 데다 어느 방안이든 인기 없는 선택이라 의회는 손대기를 꺼려 왔다.
결국 불안한 사회보장 재정은 차기 대통령에게 떠넘겨질 공산이 크며, 2028년 대선의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의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경종”이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