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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도 못 세운 오토바이…"과태료만 내라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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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기자I 2026.07.07 15:33:34

경찰, 이륜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 입법예고
현장선 거센 반발...공영주차장도 "이륜차 안 받아"
생업 라이더들 "생계까지 위협한다"
"단속만으론 혼란 불가피...인프라부터 갖춰야"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정유진 수습기자] “제대로 주차를 하려고 해도 할 데가 없는데 과태료만 부과하면 끝인가요.”

서울 서북권에서 주로 배달업을 하는 오토바이 라이더 황모(29) 씨가 지난 4일 서대문구 독립문 인근 한 공영주차장에서 주차를 하지 못해 가로 막혔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무인 운영 주차장인 이곳은 전면 카메라로만 차량 번호판을 인식하는 구조다. 황씨는 비상 연락처로 전화해 “이륜차라 뒤에 번호판이 있는데 어떻게 입차해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이륜차는 주차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그는 결국 인근 담벼락 앞에 차를 댈 수밖에 없었다.

오토바이에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경찰 방침이 알려지면서 라이더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작 주차할 곳은 부족한데 단속만 강화한다는 이유에서다. 배달이나 자영업 등 생업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주차할 데도 없는데 무작정 과태료를 때리면 어떡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 민원인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고 했지만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 민원인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고 했지만 "이륜차 주차공간이 없다"는 답변을 받아 차단봉에 가로막혔다. (사진=정윤지 기자)
주차할 곳 없는데…공영주차장도 ‘이륜차 외면’

7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현장에서 만난 라이더들은 주차 공간 확보가 우선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만난 또 다른 배달업 종사자 강모(42) 씨도 분통을 터트렸다. 강씨는 “오토바이를 주차할 곳도 없는데 앞으로 언제든 번호판만 가지고 (불법 주정차) 신고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오토바이 주차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지자체에 요구) 하는데 그 마저도 들어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공영주차장의 경우 법적으로는 이륜차 주차를 막을 수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취재진이 6일 방문한 강북구 수유동의 한 공영주차장 안쪽에는 ‘오토바이 주차금지, 자전거 주차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 앞으로는 오토바이 여러 대가 무분별하게 주차돼 있었다. 인근 인수동의 또 다른 공영 주차장에서 만난 관리인도 “이륜차는 따로 세울 수 없다”고 안내했다.

라이더 김성화(37) 씨는 “오토바이가 와서 주차를 하면 자리도 많은데 왜 여기다 주차하느냐고, 돈 내겠다고 해도 주차하지 말라고 한다”고 했다.

경찰이 도입하려는 내용은 오토바이와 같은 이륜차의 불법 주정차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것이다. 부과 금액은 △어린이보호구역 9만원 △안전표지가 설치된 소방시설 주변 및 노인·장애인보호구역 6만원 △일반지역 3만원 등으로 나뉜다. 또 같은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주차 위반 시에는 기준금액에 각 1만원을 더 부과토록 했다.

경찰의 이 같은 조치는 그간 이륜차의 불법 주정차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간 이륜차 불법 주정차 현장단속 건수는 평균 298건으로 올해도 5월 말까지 182건으로 집계됐다. 현행 제도상 운전자가 현장에 있을 때만 단속이 가능해 실제 이륜차 불법 주정차 규모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6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공영 주차장에 '오토바이 주차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정유진 수습기자)
6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공영 주차장에 '오토바이 주차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정유진 수습기자)
“세울 곳부터 만들어 달라”…생계 라이더들 호소

라이더들은 주차 공간이 없는데 단속만 강화한다는 소식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등 관계자들은 ‘이륜차 주차는 어디에 합니까’ 기자회견에 앞서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주차장에 주차를 시도했지만 “이륜차 주차공간이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경찰이 “골목에 대라”고 하자 라이더들은 “그러면 불법 주정차 아니냐”고 맞섰고 결국 오토바이 3대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차단봉 앞에 세워졌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서울시에 등록한 이륜차가 42만 927대지만 이륜차 주차장은 693면에 불과하다”며 “주차 1면당 607대를 주차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전창욱 대한이륜차실사용협회장은 “안전과 보행환경을 위한다면 이륜차 주차 공간 마련과 주·정차 공간을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방침이 라이더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음식 배달을 주로 하는 한대성(40) 씨는 “한 번 배달을 하면 싸게는 2000원 정도 밖에 수입이 없다”며 “음식 픽업과정에서 한 번, 배달할 때 한 번씩 모두 과태료를 낸다면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륜차운전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륜차에 관해서는 출구 전략 없이 규제만 하고 있다”며 “경찰청도 관련 사망자나 민원이 많이 들어오니 단속만 하는데 ‘어떻게’를 물어보면 대답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속 강화에 앞서 단기 주정차가 필요한 배달이나 택배 이륜차를 위한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 앞에서 라이더 유니온 등 단체가 '이륜차 주차는 어디에 합니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 앞에서 라이더 유니온 등 단체가 '이륜차 주차는 어디에 합니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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