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이재명 정부가 지역의사제 도입을 의대 정원 확대와 연계하면서 지역 필수의료 인력 확보와 의료계 반발 최소화를 동시에 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역의사 교육·수련 환경 구축과 정주 여건 개선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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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의대 교수 등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운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 내부에서도 집단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선 전공의가 직접 투쟁에 나설 조짐도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규탄했지만 집단행동 가능성까지는 시사하지 않았다. 대전협은 지난 14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뚜렷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했고 추가 총회를 한 차례 더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투쟁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의료단체는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유일하다. 전공노는 18일 의대 증원 대응 방안과 관련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했으며 설문 항목에는 전면 파업 여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가 투쟁에 신중한 가장 큰 이유로는 증원 규모와 지역의사제 선발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증원하는 의대 정원 전원을 지역의사로 선발한다’는 원칙을 제시해 기존 의사들과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점이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어서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선발한 학생에게 학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 10년간 지정된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연간 2000명 증원을 추진했던 과거 윤석열 정부와 비교해 규모가 축소된 점도 반발 확산을 일정 부분 억제했다.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과학적 추계를 토대로 정부와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책이 결정됐다는 점도 의료계 투쟁 명분을 약화시킨 요인으로 지목된다. 의정 갈등 과정에서 의료계 내부 신뢰가 훼손돼 결집이 어렵다는 점 역시 집단행동 동력을 떨어뜨린 배경으로 분석된다.
교육·실습여건 우선 확보 필요
의대 증원과 지역의사제 도입이라는 첫 단추를 끼웠지만,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적지 않다.
우선 교육 환경이 증원 규모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과대학들은 늘어나는 정원에 맞춰 교육·실습 여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특히 2027년에는 기존 모집인원 3058명에 약 770명의 복학생, 490명의 지역의사선발전형 인원이 더해져 총 4318명이 동시에 교육을 받게 된다. 이는 기존 대비 41.2% 증가한 규모다.
이들은 6년 동안 함께 수업을 듣게 되는 만큼, 본격적인 임상실습이 시작되는 본과 1학년 시기인 2029년까지 실습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해야 한다.
외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진료과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6년 뒤에는 지역의사들이 전문의 수련을 위해 전공의 지원에 나선다. 전공의 수련 기간이 의무 근무에 포함되는 근거가 마련돼 있어 다수가 수련 과정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필수의료과 전공의 정원에서 지역의사 비율을 어떻게 설정할지 세부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의료계와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의료인력 의사수급추계위원회는 필수의료과별 필요 전문의 규모를 조만간 제시할 예정이다.
지역의사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과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논의는 국회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여야 의원들이 각각 대표 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발의된 법안들은 불필요한 소송과 형사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을 줄이고, 환자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회복하는 구조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역 근무 의사의 수도권 유출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복지부는 6개 광역지자체와 함께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전문의가 지역 의료기관에서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계약형 지역의사’로 근무할 경우 월 400만 원의 지역근무수당이 지급된다. 지자체 또한 가족 정착 지원이나 직장어린이집 이용 등 다양한 정주 여건 개선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의료계는 단순한 의사 수 확대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협 관계자는 “필수적인 제도 개선 없이 숫자만 늘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 있는 해결 의지와 실행력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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