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과학언론 브리핑에 나선 정재훈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두 편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22일 국제학술지 ‘바이오마커 리서치(Biomarker Research)’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암 발생 추세에 미치는 영향: 전국 단위 단절적 시계열 연구(Impact of SARS-CoV-2 vaccination on cancer trends: a nationwide interrupted time series study)’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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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13개 암 분류 모두에서 백신 접종 이후 발생률이 갑자기 높아지거나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위암과 대장암, 폐암, 전립선암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연구 대상자의 89.3%가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 이상 접종했지만 암 발생률은 대체로 과거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또 지난 9월 10일 온라인 공개된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논문 ‘mRNA 백신 대비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 코로나19 백신의 추가 암 발생 위험 없음: 전국 단위 매칭 코호트 연구(No Additional Cancer Risk Associated With Adenoviral Vector COVID-19 Vaccine Relative to mRNA Vaccines: A Nationwide Matched Cohort Study)’에서도 백신 종류에 따른 암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와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 접종자 각각 119만 1453명을 비교한 결과 약 3년의 추적 기간 동안 12개 암종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위험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9월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일부 암 진단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보고한 이후 제기된 논란을 재검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당시 연구는 서울 지역 약 840만 명의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해 접종자에게서 일부 암 진단이 더 많이 관찰됐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다만 백신이 암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었다.
정 교수는 기존 연구의 한계로 짧은 관찰 기간과 접종자·미접종자 간 특성 차이를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암은 발병까지 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기존 연구에서는 접종 초기부터 암 진단의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자의 건강검진이나 의료 이용이 상대적으로 활발해 암이 더 많이 발견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 제시한 정도의 연관성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전 국민 대부분이 백신을 접종한 우리나라에서 암 발생 증가가 관찰됐어야 한다”며 “그러나 전국 단위 추세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백신과 암 발생의 장기적인 인과관계를 완전히 규명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암 검진 감소와 이후 의료 이용 회복 등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암의 장기적인 발생 위험을 평가하려면 추가 추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번 연구가 백신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 논문이 확산한 이후 고령층과 면역저하 환자들이 암 발생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접종을 꼭 해야 하는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여전히 매년 유행하고 고위험군에서는 입원과 중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백신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고위험군의 접종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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