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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과 더 가까워진 워런 버핏

전재욱 기자I 2020.03.09 19:15:21

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늘려 14.9%까지 확대
버핏 설립 `버크셔해서웨이`, 델타항공 지분 11%로 늘려
`워런버핏→버크셔해서웨이→델타항공→한진칼` 투자관계
코로나19로 항공주 저평가 판단…다만 30억달러 손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최근 한진칼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미국 델타항공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진칼 경영권 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매입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버핏의 델타항공 매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주를 매수기회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9일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델타항공은 지난 6일부로 한진칼 지분 14.9%를 확보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달 5일을 기준으로 54만여주를 추가로 사들여 종전(13.8%)보다 지분율을 0.92%포인트 높인 것이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확대를 한진그룹 `남매 난` 흐름에서 해석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회사 안팎의 견제를 받는 와중에 델타항공이 지분을 늘려 그에게 힘을 실었주고 있다는 것이다. 델타항공은 조 회장 편으로 분류된다. 이로써 조 회장이 확보한 우호 지분은 최대 43.15%로 늘었다. 경영권 분쟁의 상대방 `3자 주주연합`의 지분율(37.62%)과 격차를 벌리게 됐다. 올들어 매입한 주식에 대해서는 당장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향후 임시주총까지 염두에 두고 지분확보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 지분 다툼을 넘어 다른 분석도 나온다. 이들 관계에서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달 27일부로 델타항공의 지분을 97만6000주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로써 버크셔 해서웨이의 델타항공 지분율은 11.2%(7190만주)로 늘어났다. 델타 항공의 최대 주주는 버크셔 해서웨이고, 버크셔 해서웨이 최대 주주는 버핏이다. 버핏이 항공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한진칼과 유대가 돈독해진 것이다.

버핏이 델타 항공 지분을 늘린 배경에 `코로나 19는 지나가는 악재`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로 여행과 운송 수요가 줄면서 항공운수 업종은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영향 등으로 델타항공의 주가는 지난 6일 45.89달러로 거래를 마쳐 올해 들어 22.2% 하락했다. 올해 연고점(1월17일) 62.03달러 대비 26% 급락했다. 코로나19 탓에 항공주 주가가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자 버핏이 저가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달 27일 사들인 델타 항공 주식의 주당 평균 단가는 46.4달러로 현재 주가에 비해 비싸게 주고 샀지만, 연고점 대비 25% 싸게 샀다.

최근 하락한 유가도 항공주 부진을 상쇄할 전망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지난 6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0.1% 급락한 41.28달러, 브렌트유는 9.44% 내린 45.27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20달러 선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항공사 사업 구조상 유가가 10% 정도 내려가면 영업이익이 2.5% 포인트 정도 개선할 수 있다”며 “현재 유가 하락이 경기가 받쳐 주지 않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은 한계이지만, 항공사 비용을 절감하는 측면에서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 성적으로 보면, 버핏은 손실을 보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마켓워치는 지난 6일 “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항공주 매도가 이어지면서, 버핏이 최근 몇 주 동안 약 30억 달러어치 손해를 봤다”고 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델타항공 외에도 아메리카에어라인(4250만주),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5365만주) 등 항공사의 주요 주주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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