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조건이 붙거나 근무일수 기준 조건이 부여된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재계가 충격에 빠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013년 제시했던 통상임금 기준을 11년 만에 뒤집었기 때문이다. 재계는 연간 7조원에 달하는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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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재직자 조건 등이 있는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고정성’이라는 기준을 제외해 재직 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는 새로운 판례를 제시했다.
직장인 A씨는 한 회사에서 20년간 일하면서 매월 기본급 200만원과 함께 2개월마다 200만원의 정기상여금을 꾸준히 받아왔다. 그러나 재직자에게만 주는 조건 때문에 퇴직하면서 마지막 한 번의 상여금은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받은 모든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이날 대법원이 뒤집은 기준에 따르면 A씨가 받았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판결 후 재계는 즉각 유감을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2013년 판결을 신뢰해 재직자 조건이 등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기로 한 노사간 합의를 무효로 만들었다”며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고 했다. 경총에 따르면 바뀐 판례의 영향을 받는 기업이 전체의 26.7%다. 추가 부담 인건비는 연 6조7889억원에 달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년 이상 전개된 통상임금 이슈를 다시 꺼내 분쟁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며 “기업은 막대한 인건비 추가 지출이 불가피해졌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