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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체제’ LG화학, 투자 러시

김미경 기자I 2018.09.12 19:00:00

석유화학·배터리 이어 소재 투자
1500억 들여 美 유니실 인수
車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중국 배터리 공장 건설에 2조2500억원, 여수 석화설비에 2조8000억원, 자동차용 접착업제 인수에 1500억원 등…. LG화학이 최근 2개월 동안 밝힌 투자 목록이다. 모두 합하면 4조원 이상으로 굵직한 투자 계획이 연이어 결정된 셈이다.

LG화학은 구광모 LG 회장 체제 전환 이후 광폭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초소재와 배터리 등 주력사업에 이어 이번에는 자동차용 소재 시장 장악에 팔을 걷어붙였다. 구 회장은 신성장 동력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등에 과감한 투자로 당장의 그룹 과제를 해결하는 데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LG화학(051910)은 자동차용 접착제 전문업체인 미국 유니실(Uniseal) 지분 100%를 인수하고 자동차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고 12일 밝혔다. 인수 금액은 비밀유지 계약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유니실의 매출 규모(630억원) 등을 고려할 때 1000억원대 중반 수준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번 대규모 투자는 자동차 관련 사업의 수익 구조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LG화학은 보유한 원재료 기술력에 유니실의 역량을 더해 고기능 접착 재료 분야 사업화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자동차용 접착제는 차량 경량화 추세로 성장세가 높은 유망 소재사업”이라며 “이번 인수로 LG화학의 자동차 소재 부문 사업 영역도 한층 넓어지게 됐다. 지속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유니실은 지난 1960년 설립된 강소기업이다. 접착제 전문매체가 최근 선정한 ‘올해의 접착제 기업 톱(TOP) 25’ 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두고 지엠(GM)·포드 등 북미 주요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용 접착제는 차체 조립시 기존 나사나 용접 기능을 보완·대체하는 소재로 차량 무게를 가볍게 해 줘 최근 시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1000억원에서 2020년 6조5000억원, 2023년 8조4000억원 규모로 연간 8%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앞서 LG화학은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제3공장 신설을 통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중심으로 기초소재(석유화학) 투자를 결정했다. NCC와 고부가 폴리올레핀(PO)을 각 80만톤(t)씩 증설하는 데 2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충남 당진시에 미래 유망소재 양산 단지를 조성하는 데 2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NCC와 고부가 PO 증설 투자가 완료되면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이 가능하다. LG화학의 NCC 생산 능력은 에틸렌 생산량 기준 330만t으로 늘어 국내 1위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될 것으로 LG화학은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는 전기차(EV) 배터리 2공장을 설립한다. 이 공장은 오는 10월 착공해 내년 10월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생산량은 오는 2023년까지 연간 32기가와트시(GWh)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LG화학의 EV 배터리 생산량은 18GWh로 이를 모두 더하면 50GWh에 달할 전망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EV 차량인 ‘볼트’를 70만대 이상 만들어낼 수 있는 규모다.

업계는 LG화학의 투자 행보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시선이 화학·배터리·로봇 등 미래 먹거리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이후 LG가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보다 적극성을 띠는 모습”이라며 “구 회장 체제의 이른 안착을 위해 당분간 투자를 통한 미래 역량 강화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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