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4주기를 맞은 16일,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합동영결식을 바라보는 안산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은 다시 슬픔에 잠겼다. 아울러 합동분향소도 이날 정부가 주관한 합동영결식을 끝으로 문을 닫게 돼 주위의 아쉬움을 샀다.
이날 유가족들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영결식에 앞서 추모 행진을 진행했다. 정부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며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별이 된 우리 아이들의 우주와 꿈을 기억해달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4·16안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와 시민들 1000여명(경찰 추산·기동중대 3개·경력 220명)은 세월호 4주기인 이날 오전 1시쯤부터 침묵 행진(고잔역~합동분향소)을 진행했다.
4호선 고잔역 1번 출구에 모인 참가자들은 손팻말과 국화를 하나씩 들고 3㎞ 상당의 거리 행진을 시작했고 오후 2시 45분쯤 합동영결식 장소로 합류했다.
행진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다. 행진을 시작한지 35분쯤이 지나 안산 단원고 앞에 도착한 이들은 행진을 잠시 멈추고 학교 정문 앞에 미리 마련된 장소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헌화와 묵념을 진행했다.
안순호 4·16연대 공동대표는 “수업 중이라 지금 학교 안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학교를 지나며 국화를 자연스럽게 헌화하고 바람개비를 받아가라”며 “이들의 우주와 꿈을 기억해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추모 행렬에 동참한 시민들은 바닥에 깔린 흰 천 위에 국화를 내려 놓은 뒤 짧은 묵념으로 희생자를 위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2016년 단원고를 졸업한 딸이 있다는 오혜란(50)씨는 “안산시민으로서, 대한민국의 엄마로서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세월호의 진실이 꼭 밝혀졌으면 좋겠고 내 아이들의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에 살았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고 권순범군 어머니 최지영(55)씨는 “정권이 바뀐다고 다 해줄 거라 믿고 있으면 안 되며, 오늘을 계기로 더 단단해질 것”이라며 “진실 밝히는 덴 더 빠른 속도로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지금껏 닦아놓은 길은 우리 아이들을 보낸 뒤엔 더 빠르게 닦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
합동영결식을 6시간 정도 앞둔 이날 오전 9시쯤에는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 합동분향소에 있던 위패와 영정을 야외 제단으로 옮기는 진혼식이 엄수됐다. 묵념·종교의식·진혼제·영정 이운(移運) 순으로 진행된 진혼식에는 단원고 희생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 등 261명의 영정과 위패가 합동영결식이 치러질 분향소 밖 제단으로 모셔졌다. 유가족들은 오열을 하며 주저앉기도 했다.
오후 3시에는 교육부·해양수산부가 공동주관하고, 경기도교육청과 안산시가 지원한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렸다.
이날 합동영결식엔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등 정부 인사가 참석했고, 단원고 학생 및 안산시민들까지 합쳐 5000여명의 추모객들이 자리에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박혜진 아나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별이 된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달라지게 했다”며 “합동영결식에서 다시 깊은 슬픔에 빠진 유가족과 국민 앞에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 규명을 다짐하며 미수습자 수습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16 생명안전공원은 아픔을 추모하는 이상의 상징성으로, 생명의 가치 최선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의 소망이 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대표로 조사(弔詞)를 맡은 이낙연 총리는 “오늘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또 한번 아픈 이별을 하는 날”이라며 “그날을 기억하면서 상처를 치료하고 안전한 한국 만드는 장정을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자.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대표 추도사를 낭독한 전명선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귓가에 바람이 스칠 때 너희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할게”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영결식에 함께한 시민들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슬픔을 주체 못하고 연신 울음을 터뜨렸다. 고(故) 남지현양(사고당시 단원고 2학년 2반)의 언니 남서현씨가 동생에 보내는 편지를 읽을 때 장내는 눈물바다가 됐다.
남씨는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거라는 말은 다 거짓말 같다. 사고가 나고 정신과 박사님은 3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는데 전혀 아니지 않느냐”라며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왜 우리는 모든 것을 준비 없이 받아들여야만 할까”라고 첫 마디를 열었다.
이어 “4년 동안 언니의 온 세상은 너였어.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너와 함께한 17년을 그렇게 살았다면 지금 덜 미안했을까”라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남씨는 “너무 보고 싶다, 우리 막내. 언니가 부끄럽지 않게 살게”라며 끝을 맺었다.
이를 바라본 시민들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원구 주민 유찬희(32)씨는 “세월호 희생자분들이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며 “합동분향소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진상규명이 밝혀질 때까지라도 유지하는 게 필요하고 그래야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이인섭(20) 한신대 총학생회 사회국장은 “한신대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 대책위를 만들었고 계속 관련 추모 행사를 챙기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왔다”며 “학교 내에서 따로 분향소를 마련해 문화제 등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희생자 헌화 및 분향을 하는 시간엔 한 유가족이 쓰러지기도 했다. 2학년 5반 유가족 중 어머니 한 사람이 헌화 도중 쓰러져서 구급 대원이 출동했으며, 근처 추모객들에 따르면 이 여성은 오열을 하다가 쓰러졌다.
한편 정부합동분향소는 이날 영결·추도식을 마지막으로 추모공원 조성계획에 따라 이달 중 철거될 예정이다. 앞서 제종길 안산시장은 2020년도까지 화랑유원지에 추모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