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자유…장애인의 몸? 선입견 벗어나서 바라보길"

장병호 기자I 2024.11.28 18:02:54

伊 공연예술가 키아라 베르사니 첫 내한
골형성부전증으로 키 98㎝ 불과하지만
장애 뛰어넘어 작품 안무·연출, 직접 출연
대표작 3편, 29일부터 모두예술극장 공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당신이 나를 해석하는 것이 아닌, 내가 나를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줄 것이다. 세상이 바라보는 나의 이미지는 내가 결정할 것이다.”

이탈리아 공연예술가 키아라 베르사니 작품 ‘젠틀 유니콘’의 한 장면. (사진=모두예술극장)
이탈리아 출신의 공연예술가 키아라 베르사니(40)가 한국을 처음 찾았다. 베르사니는 골형성부전증(선천적으로 뼈가 약해 쉽게 골절이 되거나 팔다리와 척추가 점점 휘어지게 되는 질병)으로 키 98㎝의 몸을 지녔다. 장애를 뛰어넘어 직접 작품을 안무·연출하고 출연하며 세계 공연예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베르사니는 국내 첫 장애예술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의 초청을 받아 대표작 3편(젠틀 유니콘·덤불·애니멀)을 한국에서 공연한다. 28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베르사니는 “장애인이자 여성이며 예술가로서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최대한 많은 공간에서 나의 공연을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탈리아 공연예술가 키아라 베르사니가 28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모두예술극장)
베르사니는 19세 즈음 대학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면서 공연예술과 인연을 맺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열린 연극 워크숍을 무작정 찾았다. 예술적인 삶을 살기로 다짐한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조직하는 대학 프로그램 ‘비엔날레 대학’(Biennale College)을 다니면서 예술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8년 이탈리아 문화예술계 권위 있는 시상식 ‘프레미오 우부’에서 35세 이하 최고 공연자를 수상했고, 2020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현대무용축제에 초청됐다.

베르사니에게 예술은 ‘자유’다. 그는 “대학에서 행위예술을 공부하면서 나의 몸이 휠체어가 없어도 된다는 것, 휠체어 없이 자유롭게 몸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늘 찾아왔는데 바로 예술이 그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의 몸을 생소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장애를 ‘비정상’ 또는 ‘이상함’으로 규정하는 일도 빈번하다. 베르사니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나길 요구한다. 그는 ‘장애인·여성·예술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무대 위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보고 판단합니다. 각자 속한 문화권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기도 하고요. 이는 선입견입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뀔 수 있습니다. 저는 장애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는 활동가와 같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탈리아 공연예술가 키아라 베르사니 작품 ‘덤불’의 한 장면. (사진=모두예술극장)
이번 공연은 29일부터 12월 7일까지 열린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베르사니의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중 ‘젠틀 유니콘’은 ‘독특하고 고유한 이야기를 지닌 신체’를 중심으로 몸의 개념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시도해 온 베르사니의 일종의 선언문 같은 작품이다. ‘애니멀’은 안무가 미하일 포켄의 발레 ‘빈사의 백조’를 재해석해 외로움과 죽음을 몸으로 표현한다.

베르사니는 세 편의 작품에 직접 출연한다. 워크숍을 통해서도 한국 관객과 예술가와 만날 예정이다. 그는 “어떤 선입견도 없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며 “많은 한국 관객과 만나 그들의 예술적 감성과 소망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한국의 서울을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공연예술가 키아라 베르사니가 28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모두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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