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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세계전략포럼-제4의 길 : 융합과 연결을 넘어’의 다섯 번째 섹션 ‘오감을 넘어: 보라, 느껴라, 즐겨라!’에서 대중문화콘텐츠 전문가들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감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결과물은 목적 아닌 도구일 뿐”
전인태 KBS PD는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은 도구로 활용돼야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 PD는 “기술의 진보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콘텐츠는 아날로그”라며 “기술과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공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PD는 지난해 12월 방송한 KBS1 시사교양프로그램 ‘감성과학 프로젝트 환생’에서 1996년 1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김광석을 디지털 기술로 되살렸다. 그는 방송에서 되살린 김광석을 팽목항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등 현시대의 아픔이 있는 곳으로 가게 했다. 이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시청자와 공감하게 했다. 전 PD는 ‘환생’을 제작한 이유로 “과거에 요절한 유명인들의 영상을 보면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느꼈다”며 “우리는 현재 나날이 갈수록 소외돼간다. 스마트폰이라는 손안의 세상에 함몰돼있다. 20년전 영상을 통해서 지금의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술은 또 다른 영상 매체인 영화에서 오래 전부터 활용돼왔다. 이날 세션의 사회를 맡은 정윤철 감독은 “디지털 기술은 앞으로 영화에서 더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는 CG(컴퓨터그래픽) 등의 기술로 판타지나 SF 등의 장르에서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해내고 있다. 이제 영화에서 디지털 기술은 ‘배경’에서 ‘사람’을 구현해 내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전 PD가 디지털 기술로 먼저 선을 보인 것. 정 감독은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디지털 기술로 ‘사람’을 그려내는 것”이라며 “이것이 자연스레 가능해진다면 고 김광석처럼 100년 후 송강호와 최민식 같은 명배우를 영화에 캐스팅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에도 감성 담아야”
중요한 건 기술 자체보다 스토리텔링, 즉 감성을 입히는 것이다. 정 감독은 “기술에만 집중한 작품은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리얼리티를 강조했던 ‘파이널 판타지’가 실패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낸 영화 ‘아바타’와 ‘반지의 제왕’이 성공한 예를 들었다. 전 PD도 가상의 캐릭터 ‘아담’을 언급하며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지만 기술의 경이로움 보여주는데 경도돼 사람이 공감하는 콘텐츠에 대해 간과했다”며 “최대한 아날로그 감수성을 끌어낼 수 있는 텍스처를 가진 캐릭터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디지털 기술은 대중문화 분야 뿐 아니라 테마파크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롯데월드는 어트랙션에 VR(가상현실)기술을 접목, 새로운 관객을 이끌고 있다. 이정중 미래부 VR 테마파크 동반성장 지원사업 총괄책임자는 “가상현실 공간에서는 누구나 하늘을 나고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고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뛰어다닐 수 있다”며 “시공간을 넘나들수 있는 매력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공간 함께 뛰면서 자유롭게 오감을 넘어서 경험할 수 있다”며 VR기술의 이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VR이 인간의 감성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고 보지 않았다. 이 책임자는 “AI기술이 점차 우리를 구속하는 환경이 다가오고 있지만 감성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AI기술이 인간 감성을 넘보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전 PD도 “기술에만 의존해서는 결국 지배적인 프레임이 확대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술을 도구로서 활용하되 우리사회 지향점 어디로 가야할 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기술은 건전한 시민사회와 집단지성을 통해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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