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명균, 처음으로 천안함 관련 北선행 조치 언급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24 조치 해제’ 문제에 대해 “관계부처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일었던 논란의 후폭풍이 이튿날 통일부 국정감사에까지 이어졌다. 조명균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외통위원들의 지적에 “(선행단계로) 원인이 된 천안함 관련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책임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까지 이어나갔다.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북 제재 조치다. 남북교역을 전면 중단하고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 및 대북 지원 사업 불허 등 강도높은 제재 방안을 담고 있다.
전날 강 장관이 5·24조치 해제를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이날 통일부 국정감사는 5·24조치 해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조 장관은 “법원에서도 논의 끝에 당시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합법성이라고 표현해야 될진 모르겠지만, 그런 게 인정된 측면이 있다”고 5·24조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5·24 조치 해제 검토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통일부는 물론, 당정도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전면 해명에 나섰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5.24 조치 해제 검토 여부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했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해프닝 정도였다”고 의미를 낮췄다.
조 장관은 5·24조치 해제에 앞선 선행조치로 “(지금은) 남북대화에서 논의되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다”며 “천안함과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가) 도발에 의한 폭침으로 입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남북 간 정리가 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우리 승인없이 안돼” 발언에 여야, 한미공조 문제 대립
강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이 더욱 번지게 된 것은 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즉각적인 반박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승인 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승인(approval)”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쓰면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19 평양선언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우리 정부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한국의 독자 제재 완화 움직임을 막아선 셈이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에서 “대북제재에 한미 간 균열이 큰 것처럼 보인다. 심각한 선”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도 주권국가이고 국제법의 틀 내에서 공유될 수 있는 것을 협의하고 공유하는 것”이라며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5·24조치는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대북제재 행정조치다. 5·24조치에 포함됐던 개성공단·금강산지구 외 방북 불허와 북한 선박의 우리해역 운항 전면 불허 등의 조치는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선박이 묵호항에 정박했던 바 있고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이면서 올해만 네 차례 정부 차원의 평양 방문이 있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모든 사안은 한미 간 공감과 협의가 있는 가운데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조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한미는 긴밀하게 모든 사안을 공유하고 협력해나가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한편 조 장관은 남북 경협 과정 준비 단계로 “경협 본격화에 대비해 경제 시찰도 북측과 현재 협의 중”이라며 “개성공단 현장 점검 문제도 재개와는 완전 별개로 북측과 협의하고 있다”이라고 했다. 제재를 지키면서도 제재 완화 시점을 대비해 교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