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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AI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에 대응해 중국 기업들이 화웨이 칩을 활용한 비용 효율적인 AI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NPU 회사들도 딥시크 사태가 불러온 ‘훈련용-추론용 반도체 분리’ 분위기를 계기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번에 딥시크 R1에 포팅된 화웨이 칩 어센드 910C는 모델 서비스 단계에서 사용되며, 엔비디아 A100 대비 가격은 약 30%에 불과하지만 성능은 80% 수준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더해져 총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딥시크뿐만 아니라 바이트댄스, 바이두 등 다른 중국 AI 서비스 기업들도 화웨이 어센드 910C를 AI 칩으로 활용하고 있다. 딥시크의 R1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면서 모델 훈련뿐만 아니라 실행 단계(추론)에서도 대규모 AI 칩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했고, 화웨이 칩으로 엔비디아 칩 부족을 메우고 있다.
국내 기업인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딥엑스 등도 추론용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훈련은 엔비디아 칩으로 하고, 추론은 자체 칩으로 하라는 주장은 리벨리온이 4년째 강조해온 내용”이라며, “이번 딥시크 사태를 통해 이 논리가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딥엑스의 김녹원 대표는 “AI 훈련은 엔비디아 GPU로 할 수 밖에 없지만 추론에서는 다른 AI칩으로 대체가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엔비디아 칩보다 압도적인 전성비 효율을 갖는 AI 반도체를 필요로하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도 AI인프라 자립화 지원해야, 트럼프 AI칩 추가 규제 여부가 관건
이에 따라 국내 AI칩 회사들은 중국 정부가 화웨이 칩 사용을 독려하고 막대한 지원금을 주는 것처럼, 다음 달 발표될 ‘AI 컴퓨팅 인프라 발전전략’에 국내 AI 반도체 진흥 전략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여야 정치권에서 ‘5조원 AI 추경’이 논의 중인 가운데, 국내 AI 서비스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 GPU 1만 5000장을 연내 확보하는 것 외에도, 중장기적으로 AI 인프라 자립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의 AI 굴기에 대응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GPU 추가 수출 규제가 어떻게 시행될지에 따라, 국내 추론용 AI 반도체(NPU) 회사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도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300테라플롭스(teraflops·초당 1조 회 연산 처리) 이상의 속도로 작동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칩은 중국에 팔 수 없지만, 만약 저사양 칩까지 수출이 금지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인 국내 AI칩 회사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상무부의 수출 통제 기준에 따르면, 예를 들어 리벨리온의 리벨(REBEL)은 1024 테라플롭스로 중국에 팔기 어렵고, 50테라플롭스인 저사양 엣지용 칩인 딥엑스의 DX-M1은 판매가 가능하다. 다만, 유럽이나 중동 등 미국 정부의 AI칩 물량 통제 국가에서는 리벨리온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내 AI칩이 수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딥시크 사태로 AI칩(NPU) 회사들 간에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며, “트럼프가 AI칩에 대해 추가적인 수출 규제를 시행하느냐가 글로벌 진출에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