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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방해해도 처벌 못하는 현실…사법방해 제재 필요"

송승현 기자I 2025.03.28 16:56:25

대검, ''사법방해 차단 방안'' 형사법포럼 개최
"방치하면 사법체계 신뢰도 낮아져" 지적
"피의자·피고인, 인적·물적 사법방해 제재 필요"
"참고인 출석 방해받지 않게 입법 검토" 의견도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사법절차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각종 사법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검찰청은 28일 오후 ‘사법방해 차단을 위한 대응 방안’을 주제로 2025년 제1회 형사법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송승현 기자)
대검찰청은 28일 오후 ‘사법방해 차단을 위한 대응 방안’을 주제로 2025년 제1회 형사법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형법 전문가들과 수사기관들이 참여해 사법방해 차단을 위한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1부 발제를 맡은 윤기형(39·사법연수원 42기)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형사사법절차 전 과정에서 살펴보는 사법방해 사례’를 소개했다. 사법방해 대표적인 범죄로 꼽히는 증거인멸·은닉·위조·변조 사건 처분은 2019년 632건에서 2023년 757건으로 늘었다. 사법방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 사례가 거론된다. 김씨는 지난해 5월 9일 오후 11시40분께 술을 마신 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소속사 대표와 공모해 자신의 혐의를 매니저가 대신 자수하도록 사주한 혐의도 있다. 무엇보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사고 후 구리의 한 모텔로 도주한 뒤 수사에 대비해 모텔 입실 전에 맥주를 구매하기도 했다. 이른바 ‘술타기’를 행한 것이다. 이 일로 김씨는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사고 직후 혈중알코올농도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윤 검사는 “우리나라의 수사·공판 단계에서의 사법방해범죄 유형의 적발률은 증가세에 있다”며 “이는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형사사법의 목표 실현을 위해서 이같은 사법방해 행위에 대한 응당한 제재 수단이 우리나라 법체계에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운을 뗐다.

윤 검사에 따르면 현행 형법 및 판례상 수사·공판 단계 증거인멸행위 유형별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건 △수사 단계서 범인도피 정도의 이르는 참고인 진술을 회유하는 행위(범인도피교사죄) △공판단계에서 법정증인의 진술을 회유하는 행위 등 두 가지뿐이다.

수사단계에서 피의자가 참고인의 진술을 회유하거나 또는 참고인의 수사기관 출석을 방해하는 행위, 피의자가 물적 증거를 인멸하는 등의 행위는 처벌이 불가하다. 또 공판단계에서 증인의 법정 출석을 방해하거나, 피고인이 물적 증거인멸행위를 한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다. 윤 검사는 이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검사는 “적정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위와 같은 사법방해 행위들은 형사 처벌해 이에 대한 적합한 제제 수단을 둘 필요가 있다”며 “현행법은 지나치게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치우쳐져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이같은 행위를 처벌한다고 해서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도 볼 수 없다”며 “검찰과 법원이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의 관계에서 적정 기준에 따라 균형 있게 균형요건을 해석함으로써 부작용을 막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사법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 팀장 출신 이후림 경찰대 교무계장은 이날 토론에서 “사법방해 행위는 처벌받아야 할 자가 처벌을 면하도록 교란하는 것으로, 형사사법의 특별예방 기능을 무력화한다”며 “그것이 반복돼 동종의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는 자에게 처벌을 면할 아이디어와 용기를 제공하게 됨으로써 일반예방 기능마저 무력화시키게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계장은 △제재되는 개별 사법방해 행위를 세분화 △제재의 정도에 적정함을 유지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익구(42·변호사시험 2회) 서울동부지법 국선전담변호사도 사법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 범위가 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참고인이 수사기관 출석이나 법정 출석을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입법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다만 “(피의자·피고인의) 증거인멸 또는 은닉행위는 구속사유가 될 수 있고, 양형 단계에서 가중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며 “피의자·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여겨져 추가적인 제재 필요성은 낮아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2부에서는 ‘해외 주요국가의 사법방해 입법례 및 도입 방안’이라는 주제로 미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해외 주요국가들의 사법방해 입법례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은 앞으로도 학계 및 실무와의 소통을 확대해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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