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제12회 아시아 법제 전문가 회의’(ALES)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AI 기술과 법률이 융합한 ‘리걸테크’를 아시아 지역에서 어떻게 상호 교류하며 발전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기 위한 내용이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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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규 법제처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우리는 AI라는 크고 거센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며 “AI는 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수도 있고 예측하지 못한 위협을 줄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에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파도에 저항하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에 올라타 유연하게 균형을 잡는 것”이라며 리걸테크 산업 발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이뤄진 ‘아시아 각국의 리걸테크 산업 현항과 규제·지원 법제’ 세션에서는 우리나라, 싱가포르, 중국에서의 리걸테크 현항과 규제에 대해 다뤘다.
싱가포르는 아직 리걸테크 산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 국가 전체의 스마트화를 표방하는 ‘스마트네이션’(Smart Nation)을 통해 리걸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폴 네오 싱가포르 법률 아카데미 COO(최고운영책임자) 겸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싱가포르는 기술전문가, 규제기관, 변호사, 기업가 및 투자자 등이 참여해 리걸테크 정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며 “혁신 산업의 발전은 정부 지원 없이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리걸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리걸테크를 적극 도입해 △스마트 법원 △스마트 검찰 △스마트 사법행정 등의 이름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중국 내 리걸테크 산업은 최근 5년 내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김정진 중국 서남정법대학교 인공지능법학원 교수는 “중국 내 리걸테크는 정부의 법치주의 사회 건설이라는 기초에서 다른 국가와 차이는 있으나 사법 업무에서 효율성과 신속성 및 편리성 제공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며 “무엇보다 리걸테크 도입 이후 사법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고 공정성 측면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태국은 리걸테크와 관련해 전자계약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나룬 포파타나차이 태국 내각사무처 규제영향분석 팀장은 “사람이 관여하지 않아도 AI를 통해 자동으로 체결된 계약도 인정하도록 현재 법을 개정 중에 있다”며 “국민 모두가 편리하게 자동으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韓, 리걸테크 스타트업 성장 중…“규제 부분 아쉬워”
산업의 발전과 별개로 규제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우리나라의 리걸테크 산업 현황에 대해 발표를 맡은 구태언 리걸테크산업협의회 공동의장(법무법인 린 변호사)은 대표적인 사례로 △변호사 플랫폼 로톡과 슈퍼로이어를 운영하는 ‘로앤컴퍼니’(Law&Company) △사이버 보안 전문 ‘리걸테크 VDR’ △전자법무문서 관리 서비스 ‘로폼(LawForm) 챗-GLD’ △법률 번역 자동화 서비스 배링랩(BeringLab) △법률 LLM 전문 ‘BHSN’ 등을 설명했다.
구 공동의장은 “시장에서 리걸테크를 도입하면 비용과 시간을 모두 절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관련 스타트업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다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혁신이 일어나면 전통과 혁신과의 갈등은 늘 존재하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 등은 리걸테크 관련 규제가 포용적이라 성장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사전 규제 시스템과 포지티브 규제 정책을 채택하고 있단 특이점이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변호사업은 기본권이 아닌 국민이 부여한 국민권으로 변호사들도 시대에 맞게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법무과 소속 석동현 검사는 “변호사법은 오래전에 제정된 만큼 지금과 같이 과학기술을 반영하기에는 느린 측면이 있다”며 “변호사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통해 리걸테크 중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등을 선언적으로 할 수 있게끔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준비 중에 있다고만 답했다.
법제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아시아 각국의 법제행정기관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상호 발전하기 위한 ‘아시아 법제기구 협의회’(CALI)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