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비상계엄에 짓눌린 두산그룹 주가, 지배구조 개편 끝내 좌초

지영의 기자I 2024.12.10 18:07:04

물러선 두산, 임시 주총 소집 철회
비상계엄 후폭풍에 폭락한 주식시장
두산 주가도 추풍낙엽...추진 실익 상실
계엄사태 이후 에너빌리티 -19% 로보틱스 -20% 폭락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두산그룹이 밀어붙여오던 두산밥캣·로보틱스 분할·합병 계획이 끝내 좌초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속되고 있는 탄핵정국 등 정치 혼란 속에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주식매수예정가액과 괴리가 극심해진 까닭이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오는 12일 개최 예정이던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철회한다고 10일 공시했다. 해당일에 열릴 주총에서는 투자사업부문(분할합병대상부문)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454910)가 흡수합병하는 방식의 분할합병을 결정하기 위한 안에 대해 의결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주총이 철회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가 추진했던 두산밥캣 분할합병안은 공식 무산됐다.

비상계엄사태에 끝내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다. 앞서 두산 측은 시너지 극대화와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며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간 분할 합병을 밀어붙여왔다. 그러나 지배구조개편 추진에 대해 주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자 주식매수청구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주가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약속한 가격에 주식을 되사주겠다는 조건이다. 두산 측이 내건 주식 매수 예정가액은 두산에너빌리티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 8만472원이었다.

(사진=이데일리TV DB)
당초 계엄사태 전까지는 주총이 다가오면서 주주들 및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던 양상이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기금(CalPERS) 등이 반대 목소리를 냈고,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일반 주주들도 의결권 플랫폼을 통해 각각 반대표를 모으는 등의 움직임이 거셌다.

반면 글래스루이스,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지배구조자문위원회 등은 찬성 의견을 내며 합병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금융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충격을 받으며 증권시장에도 비상계엄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주가 역시 크게 타격을 받았다.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지난 3일 종가 기준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2만1150원, 두산로보틱스는 6만5200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날 장 마감까지 두산에너빌리티는 1만7180원(3일 종가 대비 -19%), 두산로보틱스 5만2200원(-20%)으로 폭락했다. 주가가 크게 폭락하면서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됐고, 사실상 두산 측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는 평가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을 6.85%를 보유해 캐스팅보터로 꼽혀왔던 국민연금도 양사의 ‘합병 반대 의사 통지 마감일 전일인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찬성 표결하겠다는 사실상 기권 수준의 입장을 냈던 상황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공시한 입장문에서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분할합병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 내에 급격히 하락하여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전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님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함에 따라 본 분할합병 안건의 임시주주총회 특별결의의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또한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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