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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권교체' 꺼낸 트럼프…뭘 얻으려고

정다슬 기자I 2025.02.19 17:21:28

미러, 우크라 뺀 채로 종전협상 사우디서 시작
트럼프 "젤렌스키 협상 나오려면 대선 치러야"
푸틴은 '대러 경제 제재 해제' 등 혜택 얻고
트럼프는 우크라 광물자원·재건 추진 기대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그록2 이미지 생성)
[이데일리 정다슬 이소현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협상에 돌입했다. 조기 협상 타결에 의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쫓아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젤렌스키 저격…“지지율 4% 불과”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며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 나라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이 협상에서 배제됐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데 대해 “이 자리(협상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먼저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놓고 열린 미·러 장관급 회담 종료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대선을 원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의에 답하며 “이는 러시아가 제기한 것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나라들도 하는 얘기”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폭스뉴스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러시아의 평화 계획이 휴전 후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치르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이번 선거를 통해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종전 계획을 ‘휴전’ ‘우크라이나 선거’ ‘평화협정’이라는 3단계로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당초 지난해 5월 끝났으나 계엄령을 근거로 임기를 연장했다. 우크라이나 헌법은 계엄령 상황에서 선거실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령이 끝나더라도 우크라이나 정당의 합의가 끝난 후 6개월이 지난 후 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우크라이나에서는 즉각 반박 보도가 나왔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는 트럼프의 언급에 대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시된 주장이라면서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반박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은 52%다. 이는 전쟁 직후였던 2022년 5월(90%)보다는 40% 가까이 떨어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4%와는 큰 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쟁이 지속된 책임을 우크라이나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도 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종전협상에 초대받지 못했고 불만을 터뜨린 것을 지적하며 “3년 동안 거기 있었고, 3년이 지났으면 전쟁이 끝내야 했다”며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의 시작을 우크라이나 탓이라고 돌린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종식시키는 방법에 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 없이는 내릴 수 없으며 어떠한 조건도 부과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에 직접적 비판을 피하며 섬세한 경계선을 걸어온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가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 광물자원 탐내는 트럼프의 속내

이번 회담은 3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열린 미·러간 첫 고위급회담으로,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협상테이블에서 배제된 채 진행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러 두 나라의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러시아 측 협상단에 포함된 미국 골드만삭스 출신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회담에서 미국과 에너지 문제를 포함한 향후 경제 연계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2~3개월 안에 진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미국이 러시아 은행 및 석유기업을 겨냥해 내린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내용의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를 해제시 유럽도 러시아에 내린 경제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이 크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회담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유럽연합(EU)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시점에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회담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의 성공적인 종식 이후 발생할 경제 및 투자 기회에 대한 향후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이 같은 혜택을 제공하면서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켜, 우크라이나로부터 희토류 등 광물을 저렴하게 얻어내고 재건사업에 뛰어들어 이득을 얻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7일 영국 텔레그래프가 입수해 공개한 미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기금’ 협정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항만, 인프라, 석유·가스 등 국가 자원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협정 초안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자원 채굴을 통해 번 돈의 50%를 갖는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줄곧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만큼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며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요구했다고 텔레그래프는 밝혔다. 이는 2023년 기준 우크라이나 명목 국내총생산(GDP) 1788억 달러(약 260조 원)의 약 2.8배 규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크라이나에 5000억달러(약 726조원) 가치의 희토류를 원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투입한 돈이 대략 3500억달러로 유럽이 지출한 1000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전쟁에 지원해준 물자의 대가로 희토류를 내놓으라는 압박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희토류와 석유, 가스 등 매우 가치 있는 땅을 가지고 있고, 수천억 달러를 쓴 우리는 그 돈을 안전하게 지키기를 원한다”며 “그들은 협상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은 언젠가 러시아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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