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먹통’ 사태가 불러온 ‘카카오 엑소더스’ 행렬이 멈췄다. 일단 데이터로 보면 그렇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일간 이용자수(DAU)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장애가 일어난 이튿날인 16일 200만명 이상이 빠져 나가며 3904만명대로 떨어졌다가 지난 26일 4103만명대로 다시 늘어났다. 사고 발생 전날인 14일(4111만명)과 비슷한 숫자다.
카카오톡 뿐 아니라 카카오T·카카오맵·카카오페이지 등의 트래픽도 회복세다. 반면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텔레그램 등 경쟁 앱의 ‘반짝 상승세’는 꺾였다. 장애가 나고 이용자 수가 42만명대에서 127만명대로 3배나 늘어났던 라인은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자도 사고 발생 다음 날인 16일 140만명대로 늘었다가 현재는 120만명대로 내려왔다.
127시간 30분이라는 역대급 서비스 장애 시간에도 이용자들이 돌아온 건 네트워크 효과(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해당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의 영향이 클 것이다. 모두가 쓰는 메신저를 나만 안 쓰기란 쉽지 않다. 바꿔 말하면 피해를 떠안았던 이용자들이 ‘미워도 다시 한번’ 카카오에게 기회를 준 셈이 됐다.
이제는 카카오가 이용자들에게 보답해야 할 때다. 그러려면 재해복구(DR) 관리 체계를 다시 짜고, 흔들린 서비스 안정성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도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추락한 기업 이미지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장애가 발생한 지 나흘만에 연 기자회견에서 “가입자 이탈을 막겠다기보다 이용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목표”라며 “국민들이 불편함 없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게 신뢰 회복의 첫 걸음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카카오가 회복해야 할 건 이용자 숫자보다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