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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외교 잃어버린 10년…이대로면 속수무책 무너진다

함정선 기자I 2022.05.12 22:00:00

격화하는 글로벌 자원전쟁②
새정부 자원 전략…민간 중심에 공공이 지원
국내서 자원개발 나설 수 있는 기업 2~3곳 그쳐
고위험 사업에 대한 부담…세제·융자만으로 부족
"공공이 부담 나누고 안보·정보 등 맡는 파트너돼야"

[이데일리 함정선 경계영 기자]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부터 ‘해외 자원 확보 방안’을 발표하며 이명박(MB) 정부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해외 자원 확보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새 정부가 구상하는 해외 자원 확보 방안 핵심은 민간 중심으로 자원 투자를 진행하면 정부가 세액 감면 등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융자와 보증 등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공공 주도로 해외 자원 개발을 추진할 경우 차입이 늘어 공기업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정부 역할을 강화하고 위기를 반영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각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현재 글로벌 상황에서 세액 감면이나 융자 등이 민간 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원 개발 가능한 기업 두세 곳뿐

국내에서 자원 개발을 직접 진행하는 기업은 SK그룹과 포스코 정도에 그친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이 현재 페루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8개국 11개 광구에서 원유 생산과 탐사 등 석유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4개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018년 아르헨티나 염호를 인수해 올해 3월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8억 3000만달러(9500억원)를 투자해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그 외 기업들은 지분 투자, 장기 계약 등을 통해 해외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광산과 니켈, 코발트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고 중국 니켈 제련 전문 기업 지분을 인수해 자원을 공급받기로 했다.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현지 정부나 기업과의 네트워크, 자원 개발에 대한 노하우 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데다 위험도 크다.

광물자원공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 STX가 2006년 지분을 획득한 아프리카 암바토비 니켈 광산이 대표적이다. 2010년 예정했던 생산이 2014년에야 시작하는 바람에 손실을 거듭했고, 지난해 기준 포스코인터내셔널 손실만 해도 3000억원에 이르며 광산 누적 손실은 2020년까지 6조원을 넘어선다. 최근 니켈 가격이 폭등하며 손실만회에 대한 기대도 나오지만, 누적 손실금이 워낙 커 투자금 회수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양수영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유가 하락 등으로 손해 본 기업이 많다 보니 세제 혜택이나 융자 확대 등 혜택으로 자원에 투자하려는 기업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으로는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고 자원 개발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의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 및 염수저장시설
◇정부 역할 강화하는 해외…민간-공공 함께 역할해야

이 때문에 기업과 전문가들은 공공의 역할이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간 중심의 해외 자원 확보 전략을 이어갈 경우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으리라는 얘기다.

특히 중국이나 유럽연합(EU) 등 해외 국가들이 자원 외교에 나서거나 동맹을 맺으며 자국 기업을 보호하거나 지원하는 상황에서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경우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자원 부국을 중심으로 막대한 자금과 외교 전략을 펼치며 자원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앙골라나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에는 대규모 경제원조나 정유소 투자 등을 진행하고 베네수엘라에서는 수출선 다변화나 반미성향을 활용한 외교전략을 펼치는 식이다.

그 결과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콩고 물량은 모두 중국으로 향하고 있고,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과 리튬 세계 생산량의 70%도 중국에서 가공돼 수출된다.

EU는 2011년부터 3년마다 핵심원자재를 지정해 관리하며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광물과 광업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0년에는 유럽원자재연합을 설립하며 더 본격적으로 관리를 강화하고,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생한 후 광물 가격 급등이 지속하자 회원국 간 광물 조달을 위한 신규 광산 개발과 협력도 강화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과 민간이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민간이 할 수 없는 외교적인 부분과 정보 등을 공공이 담당하는 한편, 리스크 일부를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자원을 가진 국가가 원하는 것이 여러 지원인 경우가 있고, 민간이 할 수 없는 상황일 때 다른 나라의 경우 국가가 전략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며 “민간과 공공이 파트너로 자원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이고, 기업의 경우 위험부담을 정부가 나누는 것을 원할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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