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 中경제 위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다슬 기자I 2019.02.25 17:36:59

"中 성장둔화는 구조적 문제"..기업 디톨트 잇따라
위안화 합의하면, 中정부 경기부양 노력에 ''찬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이레스 G20정상회의에서 저녁만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은 90일 휴전기간을 갖고 무역협상을 하기로 했다. 3월 1일 협상 기간 종결을 약 일주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은 무역협상 기간을 연장키로 합의한다. 최종협상은 3월 중 있을 미·중 정상회담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과 중국은 25일 내달 1일로 예정돼 있던 미·중 무역협상의 마감시한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증시가 3% 이상 상승하는 등 중국경제의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미 경제성장 둔화세에 진입한 중국경제가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은 내부적인 한계에 봉착한 중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다.

◇中기업 ‘줄도산’…부채 통한 경제 성장 한계에 달해

중국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것은 턱밑까지 차오른 부채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이날 중국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칭하이주정부투자그룹(QPIG)가 지난 22일 지급해야 할 채권 이자를 지불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업은 칭하이성에서 가장 큰 국유기업이다. S&P글로벌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QPIC의 투자등급을 투자부적격 등급인 ‘B+’로 평가하면서도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으며 향후 12개월간 단기 금융 부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중국 정부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QPIC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해 “지방당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들이 문제가 생기면 중국 정부가 해결할 것이란 전제를 뒤엎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QPIC 뿐만 아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올해 들어 발행한 디폴트는 사모 4건, 공모 12건을 포함해 120억위안(약 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디폴트 규모는 1200억위안(약 20조원)으로 2017년보다 4배나 늘며 신기록을 세웠다. 중국 기업 부채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정부의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대응, 회사채시장 육성 등의 후유증이 노출된 결과다. 특히 2009년 이후 발생한 급증한 회사채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디폴트 사태에 빠지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기업부채 규모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4조 5000억달러에서 2018년 2분기 기준 20조 3000억달러로 4.7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 역시 93.1%에서 155.1%로 상승했다.

중국기업들의 무더기 디폴트 사태가 우려되자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금융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금융 안정이 국가 안정에도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며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기업 부채 리스크는 커지는데 경기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기업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그만큼 수익이 증가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지표는 부정적인 전망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중국 성장률은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과학원 예측과학연구센터는 올해 중국의 수출 및 수입 증가율을 각각 6.6%, 9.4%로 예측했다. 지난해 각각 9.9%, 15.8%로 예상한 것에 비해 급격히 떨어진 수치다. 줄곧 두자릿수를 유지하던 소매판매 증가율도 지난해 처음으로 9.0%를 기록,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내 ‘해고 한파’가 몰아치면서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되더라도…中 ‘기술굴기’ 타격

이처럼 중국 경기가 예년만 못한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중국은 중국이 무역 수출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데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기 어렵게 만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것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지속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협상은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에서 발현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는 단순히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적자규모를 줄이는 것을 떠나 중국이 4차산업 시대에서 미국을 제치는 것을 막기 위한 ‘패권싸움’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미국 정부가 △미국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금지 △지적재산권 보호 △국유기업에 대한 중국정부의 보조금 지급 폐지 등을 주요 의제로 내세운 것은 더 이상 중국 경제가 ‘지름길’로 가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홍콩 중문대학의 데이브 월스트림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정부는 미국의 요구가 경제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법에서는 지적재산권을 위반할 경우 최대 500만위안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부여하는 세금은 19만위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이번 미·중 무역협상으로 중국의 ‘베끼기’ 전략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중국은 이제는 자신만의 힘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