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조치 범위 확대 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미국우선주의 통상정책’을 발령했다.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과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보편관세, 상호관세, 품목관세 등을 부과하고 있다.
지난 4월 2일엔 ‘해방의 날’ 조치로 불리는 상호관세 포고령이 선포됐다. 50개 이상 국가에 대해 국가별로 상이한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들에는 10%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한국은 당초 25%였던 상호관세율이 7월말 한미 관세협상에서 원칙적 합의를 거쳐 15%로 조정됐다. 현재 합의사항을 문서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232조에 근거한 품목관세도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부품 25%, 철강·알루미늄 50%, 구리 50% 관세가 부과 중이다. 목재에는 품목별로 10~25% 관세가 적용된다. 오는 11월 1일부터는 중·대형 트럭·부품에 25%, 버스에 10%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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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EPA 기반 관세조치의 위법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IEEPA 근거 관세가 미국 헌법과 의회 권한을 초과했다고 판단해 무효화 판결을 내렸다. 지난 8월 연방순회항소법원도 7대4 다수의견으로 “IEEPA가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에 관세부과권한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연방항소법원은 “의회가 IEEPA를 제정할 당시 무제한적 관세 부과 권한을 위임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방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존 관세조치는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나올 연방대법원 판결이 주목된다.
반도체·의약품에 100% 관세 예고
트럼프 행정부는 제232조 조사를 통해 관세 부과 대상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항공기, 폴리실리콘, 드론, 풍력터빈, 로봇, 개인보호장비 등 9개 품목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의약품에 100% 관세 부과가 임박했다고 예고하며 강경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특히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중국은 10% 상호관세와 특정이슈 관세(10%에서 20%로 상향)가 부과되며, 제232조 품목관세도 중복 적용된다. 캐나다는 35%, 멕시코는 25%, 브라질은 10%에서 50%로 상향, 인도는 50%(상호관세 25%+2차 관세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미국우선주의, 뉴노멀로 자리매김”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 목표를 미국 경제 경쟁력 강화와 중국 견제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규범 기반 다자주의는 쇠퇴하고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7월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합의를 ‘턴베리 체제’ 또는 ‘트럼프 라운드’라고 지칭했다. 미국은 일본, EU 등 주요 교역국과 양자협상을 타결하면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대신 막대한 대미투자를 약속받았다. 미국은 관세부과를 수단으로 외국의 대미투자 압박, 무역적자 해소, 무역상대국의 관세·비관세 장벽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은 “관세부과로 물가인상, 인플레이션 유발, 공급사슬 교란 등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지만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는 국가가 드물다”며 “고관세정책은 트럼프 정권 이후에도 유지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 대응전략 마련 시급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향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일방주의와 보호조치가 일상화된 환경 속에서 각국 통상정책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조직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산기지 재조정, 공급망 안정성 강화, 내부통제체제 점검 및 강화가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긴밀한 연대를 통해 제도적 차별에 대응하고, 국내외 로펌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해 잠재적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교착된 한미간 관세·투자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변화하는 국제통상환경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포괄적 경제안보정책과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원은 “공급망 안정성, 해외시장 다변화, 주요 인프라·기술 보호 등 방어적 전략과 함께 수출통제, 무역·투자 규제, 국내산업 육성 등 공세적 조치도 취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대미로비 능력 제고와 소다자 협력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미중 무역협상과 한미 양자협상 결과, 상호관세 위법성을 다투는 연방대법원 판결, 내년 7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검토 협의,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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