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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은은 내년부터 반도체 호황의 ‘낙수효과’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거시지표에서는 파급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반도체 수혜지역의 미시데이터를 보면 일부 소비 품목에서 이미 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내년이 되면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현재는 고용 파급효과가 크지 않지만 내년에는 이 역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소비 개선세가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되면 반도체 호황의 파급효과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기업심리지수(BSI)도 반도체뿐 아니라 여타 업종에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내년에는 수출뿐 아니라 내수의 성장 기여도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국장은 “내년 내수와 수출이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는 거의 비슷하다”며 “대략 반반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등 늘어난 소득이 소비 대신 부동산이나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내년은 2.1%에서 2.9%로 0.8%포인트 각각 상향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2.7%, 내년 2.3%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반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2.4%에서 2.5%, 내년 2.3%에서 2.5%로 각각 높였다.
다음은 이동렬 한국은행 조사국장, 이지호 부총재보 등과의 일문일답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전망을 대폭 상향했는데 내년까지 원화 강세 흐름을 예상해도 되나. 잠재성장률도 다시 점검 중인데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가.
△경상수지만 보면 원화 강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환율은 각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와 외국인의 국내투자 등 다양한 자금 흐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상수지 하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잠재성장률은 특정 방향을 전제로 재추정하고 있지 않다. 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변화와 자본투자, 인구구조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최근 수출 호조에 따른 높은 성장세가 구조적인 성장능력 개선인지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단기간보다는 점진적으로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5월보다 유가 전제가 낮아지고 중동 충격도 줄었다. 당시보다 낙관 시나리오 쪽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나.
△5월 전망과 이번 전망은 그 사이 여건이 많이 달라져 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동 상황은 5월 당시 기본 시나리오보다는 호전됐다고 판단한다. 이번 기본 전망보다 미·이란 협상이 더 빠르게 진전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등이 원활해지는 경우가 낙관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성장률 전망 상향은 결국 반도체 영향이 가장 컸던 것인가. 가격과 물량 중 어느 쪽 영향이 더 컸나. 건설투자와 수요측 물가압력은 어떻게 보고 있나.
△성장률 상향 요인 가운데 반도체 경기 호조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물량과 가격이 모두 영향을 미쳤지만 가격 측면의 영향이 훨씬 더 컸다.
건설투자는 2분기에 일시적인 부진 요인이 있었고 3분기 이후에는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 등 투자 가속화도 반영했지만 강한 회복을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도 5월 0.6%에서 이번에 0.2%로 낮췄다. 투자 가속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은 하방 위험이다.
수요측 물가압력을 과도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5월보다 중동 상황이 개선됐고 반도체 가격과 국내총소득(GDI)도 예상보다 크게 올랐다. 양극화가 이런 효과의 파급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성장과 소득 증가가 수요측 물가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 전망의 상·하방 위험 중 어느 쪽이 더 큰가. 올해 하반기보다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하방 리스크는 거의 균형된 수준으로 보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은 상반기의 높은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이어지고 현재 수출·투자 중심인 파급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명목 GDP에서 IT 제조업 비중도 2025년 9%에서 올해 1분기 16.4%까지 높아졌다. IT 부문의 경제 내 비중이 커진 만큼 같은 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전체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더 커질 수 있다. 우리 경제 성장률이 한 단계 높아지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내년 반도체 호황의 파급효과가 본격화된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어떤 경로로 소비와 고용에 영향을 미치나.
△정확한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아직 거시지표에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반도체 수혜지역의 미시데이터에서는 일부 소비 품목으로 확산되는 모습이 확인된다.
내년에는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 규모가 크게 늘고 고용 파급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 개선도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되면 반도체 호황의 파급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최근 기업심리도 반도체뿐 아니라 여타 업종에서 함께 개선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는데 이미 정점을 지난 것은 아닌가. 물가가 2% 목표에 수렴하는 시점은 언제로 보나.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 부족에 따른 반도체 확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정점은 AI 수요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반도체 업체의 공급 확대가 얼마나 빠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현재 전망 시계에서는 내년까지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모두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소비자물가는 유가 하락으로 안정되겠지만 근원물가는 누적된 비용충격의 전이와 수요측 물가압력 때문에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2% 수렴 시점은 전망 시계가 연장되는 11월 경제전망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올해 성장률이 높은 데 따른 기저효과에도 내년 2.9% 성장을 전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수가 성장을 더 이끌게 되나. 반도체 성과급 등이 소비 대신 부동산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없나.
△반도체 IT 제조업의 경제 내 비중이 높아진 점이 내년에도 높은 성장률을 전망하는 주요 이유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IT 부문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과급 등 늘어난 소득이 부동산이나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경우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약할 수 있다. 다만 어느 쪽으로 더 많이 흘러갈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내년 성장 기여도를 보면 내수와 수출이 거의 비슷하게, 대략 절반씩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4500억달러에서 반도체 가격이 기여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반도체 가격이 정상화돼도 내년 4000억달러대 흑자가 가능한가.
△반도체의 정확한 기여 규모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수출 물량과 가격이 모두 중요하게 기여했다. 내년 4300억달러 전망은 반도체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는 전제가 아니다. 내년 상반기께 정점을 찍고 이후 가격이 조금씩 하락하는 경로에서도 4000억달러대 흑자가 나오는 것으로 봤다.
향후 흑자 규모는 반도체 물량과 가격뿐 아니라 반도체 호황이 기계, 철강·금속 등 다른 수출품목으로 얼마나 확산되는지에도 달려 있다.
-성장·물가 전망에는 향후 통화정책 경로도 반영돼 있나.
△한은 모형에서 도출되는 성장·물가 경로에 따른 내재금리를 반영해 전망한다. 다만 구체적인 금리 수준을 밝히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숫자는 공개하기 어렵다.
-대만은 한국보다 IT 비중이 큰데도 수요측 물가압력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나.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IT 비중이 훨씬 높고 경제구조에도 여러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외 여타 부문으로 수요측 물가압력이 파급될 경로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고 보고 있다.
통화정책은 성장률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반도체 경기가 좋아졌다는 이유 자체로 금리를 올린 것이 아니라 반도체 호황 등이 수요측 압력을 통해 물가로 파급될 가능성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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