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몽클레어 등 명품株도 '검은수요일'…주가 ‘와르르’

방성훈 기자I 2018.10.11 16:55:37

''금리인상·무역전쟁→글로벌 소비둔화→실적악화'' 우려 확산
엎친데 덮친 격 中, 명품 세관 단속 강화 ''기폭제''
뉴욕증시 폭락에 투심 위축…낙폭 더욱 키워

/ 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글로벌 명품 기업들의 주가가 10일(현지시간) 곤두박질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된 탓이다. 특히 이날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 세관 당국의 해외 명품 단속 강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하락세를 부추겼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 주식시장에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주가는 7.1% 하락했다. 구찌를 보유하고 있는 케링은 9.6% 폭락했고 버버리와 에르메스도 각각 9%, 5% 떨어졌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몽클레어가 11% 급락했고, 미국 뉴욕에서는 에스티로더와 티파니가 각각 6.4%, 7.7% 하락했다. 까르띠에의 리슈몽 주가도 스위스에서 4% 하락했다.

이들 업체는 각국 주식시장 개장과 동시에 줄줄이 매도세에 시달렸다. 특히 LVMH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11% 내렸는데, 이는 2015년 8월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LVMH는 루이비통, 펜디, 불가리, 셀린느 등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1위(매출액 기준) ‘럭셔리 기업’이다.

명품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 및 신흥국 소비가 둔화되고 있어서다. 글로벌 명품업계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설명했다.

특히 이날 뉴욕증시가 폭락한 것이 낙폭을 더욱 키웠다. 그간 뉴욕증시 상승세를 주도한 IT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도 같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명품 업체들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소비 둔화를 극복해야 한다며 LVMH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기름을 부었다. 구매대행업자 또는 보따리상, 일명 ‘다이거우’를 겨냥해 대대적인 사치품 단속에 나선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며칠 동안 중국 당국이 해외여행 후 돌아오는 자국민에 대한 공항 검사를 실시하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명품 주식 매도세가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다이거우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으며, 암시장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선 세계 각국 차이나타운 거주민과 중국인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다이거우 암시장이 형성돼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현지에서 구입하면 가격이 30~40% 저렴해 이익을 낼 수 있다.

장 자크 기오니 LVMH 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중국 당국이 명품 수입에 있어 일정한 원칙을 갖고 있는 걸로 안다. 어느 시점부터 규제가 강화됐고 우리는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고객이 물건을 되팔기 위해 구매하는지, 직접 사용하려고 구매하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의 단속 강화가 얼마나 오랜 기간 지속될 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