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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뇌물수수 등 총 13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소환 당일 이른 아침부터 삼성동 자택과 검찰 청사 인근은 지지자들과 촛불집회 측, 취재진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켜드리겠다” 새벽부터 응원 나서
이날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은 지지자들과 경찰, 국내외 취재진들로 가득했다.
주로 노년층인 지지자 300여명은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새벽부터 박 전 대통령 응원에 나섰다. 성모(68·여)씨는 “충남 공주에서 어제 오후 1시에 올라와 밤을 꼬박 새웠다”며 “날이 날이니만큼 추워도 참고 박 전 대통령을 지켜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험한 장면도 연출됐다. 오전 7시 35분쯤 한 남성이 자택 앞에서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치다 지지자들과 충돌하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앞서 오전 7시 12분쯤에는 여성 지지자 세명이 자택 앞에 드러누워 경찰에 연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15분쯤 자택에서 나와 에쿠스 차량에 올라탔다. ‘올림머리’와 감청색 코트 차림의 그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며 지지자들을 향해 입가에 엷은 미소도 지었다. 취재진에게 “많이들 오셨네요”라고 했지만 “국민에게 하실 말씀 있으신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이 골목을 빠져나가는 동안 50m 거리의 이면도로 양쪽으로 선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배웅했다. 경찰 신호통제를 받은 차량은 테헤란로 등을 막힘없이 달려 약 5.5㎞ 떨어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9분 만인 오전 9시 24분쯤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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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하라’‘반대한다’ 장외전 벌여
태극기 집회 주최 측인 ‘국민저항본부’ 등 지지자 80여명은 이날 오전 7시쯤부터 버스 등을 타고 검찰 청사 주변에 집결했다. 일부는 오전 8시쯤 “박 대통령이 들어가는 것만 보겠다”고 소란을 피우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한 참가자는 “대통령은 일자리 살리려 한 죄밖에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검찰 청사 인근 부림빌딩 앞에선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관계자들이 오전 8시 30분부터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 100여명은 ‘구속 사유 차고 넘친다’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집회를 지켜본 주부 김모(33)씨는 “온 국민이 전 대통령 한 명 때문에 그간 밤잠 못 이뤘다”며 “이제는 성역 없는 엄격한 수사로 죄명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 12개 중대 960명을, 서울중앙지검 인근에 24개 중대 1920여명을 각각 배치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검찰 청사 주변을 경찰 차량으로 사실상 봉쇄했다. 검찰도 사전 등록하지 않은 취재진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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