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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첫 공식입장 ‘대북전단법 에둘러 비판’…설득 나선 정부

김미경 기자I 2020.12.22 18:05:13

대변인 언론 질의 방식 통해 첫 입장 내놔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 계속돼야” 부정 견해 피력
韓정부, 대북전단금지법 국무회의 의결
국제사회 전방위 ‘압박’에 외교라인 풀가동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미국 국무부가 한국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내용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과 관련, “북한에 자유로운 정보 유입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인권단체들과 미국·영국 등 국제사회 일각에서 대북전단법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정간섭 논란에도 미 행정부까지 부정적 입장을 에둘러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정간섭 논란에도 美 부정적 입장 피력

국무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북전단 금지 입법’에 관한 미 국무부측 입장을 묻는 언론 질의에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증대하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 사안(a U.S. priority)”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뒤 박병석 국회의장이 감사 인사를 하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무부 관계자는 이어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의해 통제된 정보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은 글로벌 정책으로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보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과 관련해 우리는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을 촉진하기 위해 비정부기구(NGO) 커뮤니티 및 다른 국가의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국무부가 언론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밝힌 내용은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이 불거진 이후 사실상 첫 공식 입장이다. 접경지역에서의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법률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위반”이라는 미 의회 일각의 주장과 같이 직접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중시하는 ‘대북 정보 유입 지속’ 원칙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부정적 견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그동안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입장에 대해 “따로 언급할 것이 없다”고만 밝혀왔다.

임기를 마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측의 입장이지만, 내년 1월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영향 미칠까…정부 외교라인 풀가동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 확산에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남북관계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대북전단법이 통과된 만큼 국제사회 부정 여론을 적극 방어해 남북관계 악화 요소를 정면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정부의 외교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외교부는 각국 공관을 통해 개정 법률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통일부는 “법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균형 잡히지 않은 일부 의견이 국내·외에서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국제사회와의 폭넓은 소통으로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의 일환으로 통일부는 주한 외교단을 대상으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취지 설명에 나섰다. 자료는 주한 외교단이 본국에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보고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현재 국내외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에 대해 통일부가 설명하는 질의응답(Q&A) 방식으로 작성됐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적 측면에서 인권을 1순위로 놓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대북전단금지법이 문재인정부에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관리하면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장관 “오해 없도록 법 시행 철저히 준비”

대북전단금지법은 앞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둘러싼 오해가 없도록 국민과 소통하며 법 시행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 시행 전까지 ‘전단 등 살포 규정 해석지침’을 제정해 “당초의 입법 취지대로 제3국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와 대북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 및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법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법안 발의 때부터 야당 공세는 물론 국제사회의 전방위 압박이 그치지 않고 있다. 개정된 법이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북한 인권 증진에 역행한다는 논리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좌관에 이어 미 의회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공동의장 제리 코널리 민주당 하원의원도 법안 수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영국 의회의 북한 인권 청문회에서도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2016년 4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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