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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미국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이 한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날려 화제다. 트럼프라는 이름을 콕 찍어 말하진 않았지만, 그의 반(反) 이민자 정책과 언론 혐오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스트립은 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스의 베버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 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 공로상 ‘세실 B. 드밀 상’을 받은 후 “이 자리에는 미국에서 가장 비난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바로 할리우드와 외국인, 언론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뉴저지에서 태어나 공립 학교를 다녔고, 영화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은 캐나다인, 그리고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인디언을 연기한 데브 파텔은 케냐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자란 사람”이라며 자리에 모인 배우들의 다양한 출신 지역과 출신국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이어 “할리우드는 외부인과 외국인으로 붐비는 곳”이라면서 “우리가 이들을 내쫓게 된다면, (여러분은) 예술이 아니라 축구나 무술 밖에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가 장애인을 흉내 내며 비웃었던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5년 11월에 선천성 관절 만곡증을 앓고 있는 세르지 코발레스키 뉴욕 타임스 기자 앞에서 오른쪽 팔을 치켜든 채 손목이 흔들리는 시늉을 하며 “이 불쌍한 사람(코발레스키 기자)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트립은 “지난해 기분이 좋지 않았던 단 하나의 사건”이라면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자리에 앉기를 원하는 한 사람이 장애인 기자를 흉내 내는 것을 봤을 때 가슴이 철렁했고, 지금도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례함은 또 다른 무례함으로 이어지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라면서 “권력이 타자를 괴롭히는 데 쓰인다면, 우리 모두 패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