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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튿날인 4일(현지시간) 새벽 2시20분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고 외쳤다. 앞서고는 있지만, 북부 ‘러스트벨트’ 경합주(州)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의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사실상 ‘대선 승리’를 선언한 셈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0시40분께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야외무대에 올라 “우리는 이번 대선의 승리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두 후보의 발언에 비춰볼 때 이번 대선은 최초로 ‘명예로운 승복 연설’은 듣기 어려운 대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는 미국으로선 체면을 제대로 구기게 된 셈이다.
◇하원의원들이 대통령 뽑는 사태 오나
그간 미 대선은 투표일 이튿날 새벽에 결정되는 게 통상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초박빙 양상으로 흐르는 만큼 우편투표를 포함한 최종 결과가 나오더라도 재검표는 물론, ‘우편투표=무효’를 골자로 한 소송 등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소송이 제기된 주법원이 이를 다룰 공산이 있지만, 브렛 캐버노 등 일부 보수성향 연방대법관이 “연방선거는 연방대법원이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번 법적 다툼은 연방대법원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격한 반발에도, 보수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을 자리에 앉힌 이유다. 현 연방대법관의 이념 지형은 ‘보수 6 대(對) 진보 3’의 절대적 보수우위다. 제시카 레빈슨 로욜라로스쿨 선거법 전문 교수는 “(6일까지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한)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법정 다툼이 나올 것”이라고 봤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미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바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각 주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12월8일까지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로 종료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달 14일 선거인단 투표, 1월6일 의회 승인, 1월20일 새 대통령 취임 등의 일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하원이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된다. 주별로 1명씩 과반수로 결정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상원이 선출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날 대선과 함께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에선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주별로 1명씩 표를 행사하는 만큼 반드시 민주당에 유리한 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소요사태 우려…리더십 실종 혼란상
가장 큰 문제는 이미 갈라질 대로 갈라진 미국 사회가 지난(至難)한 법정 다툼 속에 친(親) 트럼프와 반(反) 트럼프 간 간극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내전’에 준하는 소요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미 워싱턴DC 근처 BLM(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광장에선 1000명의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트럼프 지지자 옷을 입은 여성에게 ‘떠나라’라고 요구한 뒤 폭행을 가하기도 했고, 다른 일부는 주차된 경찰차 타이어에 구멍을 냈다고 한다. LA와 시애틀, 뉴욕시 등에서도 비슷한 소동이 벌어졌다.
이번 선거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났을 땐 작금의 산발적 시위는 올여름 대규모 반 인종차별 시위처럼 들불처럼 퍼질 수 있다.
미국의 리더십 실종과 그에 따른 혼란상은 불확실성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장을 변동성의 늪으로 빠지게 하고, 나아가 코로나19 충격을 덜기 위한 부양책을 기다리는 실물경제도 다시 고꾸라지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의 더딘 경제회복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최악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