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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준비 안 됐다"…가상자산업계 '과세 유예' 공식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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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I 2026.09.10 15: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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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XA, 내년 1월 과세 유예 의견 취합
디지털자산기본법 시행 이후 재검토
동시다발적 규제 개편 이행에 과부하
취득가액·비거주자 원천징수 체계 미비
CARF 정보교환 공백·유형별 기준 부재
기본공제 상향 등 유예 기간 제도 재정비

[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국내 가상자산 업계가 내년 1월 예정된 가상자산소득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취득가액 검증 인프라와 비거주자 원천징수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데다 해외 거래소와의 정보교환 공백까지 예상되는 만큼 현 상태에서 과세를 강행하면 국내 거래 위축과 자금의 해외 이탈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10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가상자산소득 과세 관련 의견서’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27곳은 내년 1월 예정된 가상자산소득 과세 시점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을 한 데 모았으며 조만간 정부 측에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의견서에서 DAXA는 “가상자산 과세는 관련 인프라와 정보교환체계가 실질적으로 검증되고 선행 규제 개편이 안정화된 이후로 시행 시기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자산의 법적 성격이 규정된 이후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인 만큼 디지털자산기본법 시행과 과세체계 간 정합성을 먼저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로고. (사진=DAXA)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로고. (사진=DAXA)
특히 DAXA는 “가상자산소득 과세를 전후한 짧은 기간 동안 사업자는 성격이 전혀 다른 규제 개편을 동시에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한정된 인력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는 올해 8월 특정금융정보법 관련 규제 강화에 이어 10월 보이스피싱 피해환급제도, 오는 11월께 외국환거래법 개정에 따른 해외이전 전산망 구축을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는 취득가액 산정과 원천징수, 신고·납부 등을 위한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까지 새로 갖춰야 한다.

DAXA는 “특금법 개정은 기존 사업자에게조차 조직·시스템·재무요건 정비에 1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반면 과세 인프라는 유예 없이 곧바로 시행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취득가액 산정·원천징수 시스템은 고객확인·트래블룰·환급·해외이전 데이터 구조와 맞물려 있어 선행 개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과세 시스템 설계가 계속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DAXA는 △취득가액 산정·검증 인프라 △거주자·비거주자 판정과 원천징수 체계 △해외 사업자 정보 접근 수단 △거래유형별 과세기준 등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봤다. DAXA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과세와 조사권한 확대를 동시에 시행할 경우 국내 거래 위축과 자금의 해외 이탈이 세수 증대 효과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고 그 부담과 민원이 사업자에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취득가액 산정이 대표적인 난제로 꼽힌다. 내년부터 총평균법을 적용하더라도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에서 국내 거래소로 들어온 가상자산은 최초 취득시점과 취득가격을 국내 사업자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간 거래 가운데 취득가액을 확인할 수 없는 거래가 하나라도 포함되면 전체 양도차익 산정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가상자산소득 과세 관련 의견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가상자산소득 과세 관련 의견서'.
비거주자 원천징수도 실무상 이행이 쉽지 않다고 봤다. 거래소가 고객확인(KYC) 과정에서 확보하는 신분증이나 계좌·휴대전화 인증 자료만으로는 이용자가 세법상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거주자의 가상자산 ‘인출’을 양도로 간주하는 현행 제도 역시 본인 개인지갑으로 옮기는 경우까지 인출에 해당하는지, 인출 신청·승인·완료 가운데 어느 시점을 과세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원천징수한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는 법령 간 충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거래소의 자기거래는 원칙적으로 제한되는 데다 다른 거래소에서 매도하려면 가상자산사업자 매도 가이드라인에 따라 내부 의사결정과 공시, 분산매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DAXA는 이 과정이 원천징수세액 납부기한보다 길어질 수 있고, 그 사이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까지 사업자가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거래소와의 과세 형평성도 쟁점이다. 국내 신고수리 사업자에는 세무당국의 조사권이 실질적으로 미치지만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에 대해서는 정보 접근이 제한돼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조사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정보교환체계(CARF)를 2027년부터 적용할 예정인 반면 주요 해외 거래소 소재 관할권 가운데 상당수는 2028년부터 참여해 최소 1년간 정보교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스테이킹·렌딩·에어드롭·하드포크 등 거래유형별 과세 기준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세청 연구용역을 통해 일부 기준의 윤곽은 제시됐지만 고시나 법령에 반영되기 전까지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디파이(DeFi)·실물연계자산(RWA)·대체불가능토큰(NFT)·토큰스왑 등 신종 거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과세 기준이 없는 상태다.

DAXA는 과세를 유예하는 동안 관련 제도를 함께 손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 250만원인 기본공제 한도를 높이고 최소 5년간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국내외 여러 거래소의 거래내역을 통합해 손익 계산을 지원하는 자진신고 플랫폼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주식 등 금융투자소득과 가상자산소득을 아우르는 자산소득 과세체계로 재설계하는 방안도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과 분류체계를 먼저 확정한 뒤 이에 맞춰 과세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시행과 CARF 정보교환 체계가 안정적으로 가동된 이후 과세 시기를 다시 검토하고, 과세당국과 사업자가 산출방식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확정한 뒤 충분한 전산 보완·테스트 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DAXA는 “스테이킹·렌딩·에어드롭·하드포크 4개 유형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업계 피드백을 거쳐 고시·법령에 반영하고 DeFi·RWA·NFT·토큰스왑 등 신종 거래유형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이 대외지급수단으로 인정될 경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병행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주요국의 ‘과세기준 마련→실무 적용→피드백→개정’ 방식과 같은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연구용역 결과를 고시·법령에 반영하지 않은 채 즉시 시행해 발생할 수 있는 납세자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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