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소상공인 고통 분담 동참한 구현모, 내년 구상은

김현아 기자I 2020.12.22 17:55:33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소상공인들 고통 커져
KT, 내년 1월~3월까지 임대료 50% 감면 결정
실사구시 태도 드러나..겉치레보다는 필요한 곳에
KT다운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 다할 것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구현모 KT 대표이사(사장)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23일부터 서울 등 수도권에서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전면 금지되면서 식당이나 커피숍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KT는 자사 건물에 입주한 임차인들에게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임대료를 절반만 받기로 했다. 주로 지역의 도심에 위치한 KT 건물에는 카페·식당 등 식음료업, 편의점·소매점·제과영업점등 생활편의시설이 다수 입점해있는데, 3개월간 임대료를 50% 깎아주기로 한 것이다. KT 소유 건물에 입주한 고객 중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1900여 곳이 대상으로, 감면액은 30억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1월~3월까지 건물 임대료 50% 감면

KT의 임대료 감면은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 당시 피해가 심각했던 대구·경북은 50%, 나머지 지역은 20%(월 300만원 한도)임대료를 감면했다. 대구 북구에 있는 KT 태전지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하서정 대표는 “매출이 60% 정도 줄었지만 고정비 부담이 크다”면서 “임대료가 가장 큰 부담이었는데 내년 비용의 절반을 감면해 준다는 소식을 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최근 건물 관리인으로부터 2021년 1월분부터 3월분까지 월간 최대 1000만원을 한도로 임대료 50%를 감면받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최대 100만 원을 직접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힐 만큼 현안이다. 하지만 임대료를 깎아주면 50%를 세액공제를 해주는 ‘착한 임대인 제도’에 동참하는 임대인이 1.4%에 불과할 만큼, 경기침체와 소득 감소 우려에 대다수 임대인들은 고통 분담에 주저하는 분위기다.

▲KT는 지난 9월 광화문 인근 식당 50곳을 선정해 100만원씩 총 5천만원을 선결제하고 임직원들이 해당 식당을 찾아 식사하도록 하는 ‘사랑의 선결제’ 켐페인을 진행했다.


KT는 이번에 30억, 지난번 24억 가량의 임대료를 감면해 준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구현모 CEO(대표이사)가 강조해온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과 맞닿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돕는 방법 역시 ‘실용성’을 앞세운 것이다. 구 대표는 “KT다운 방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해 왔는데, 전국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인 전국 250여 개 지사에서 소상공인을 도울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서울 광화문과 우면동 일대 식당에서 만든 도시락을 KT 사옥의 구내식당에서 파는 ‘사랑나눔 도시락’ 캠페인이나, 급식 납품업체를 돕기 위한 ‘사랑의 농산물 꾸러미’, 위축된 공연계를 위한 소극장 티켓 선구매와 임직원 관람 독려 같은 활동도 거대하진 않지만 필요한 일들이다. 같은 맥락에서 구 대표는 연초 취임 직후 CEO 직급을 회장에서 사장으로 낮추고, 공동 사장제를 도입하며 1인 지배경영이 아닌 집단 지성이 돋보이는 공동경영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 다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 되겠다

구 대표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KT는 통신 기업 텔코(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DIGICO)’로 변화할 것”이라고 하자, 네트워크부문 직원들은 “유선 네트워크 부문이 사라지는 것이냐”고 묻는 등 파란이 일었다. 구 대표가 생각하는 디지코는 통신기반 플랫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가 사그라졌지만 처음엔 충격이었다.

그는 KT의 디지털 플랫폼은 네이버나 카카오와는 다르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통신망을 운영하는 인프라 경쟁력에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국내 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돕는게 핵심이라고 했다. KT는 현대중공업·LG전자·LG유플러스 등과는 ‘AI 원팀’을, 서울대·카이스트·솔트룩스·한컴 등과는 ‘클라우드 원팀’을 만들었다.

2년 뒤 구현모 대표가 임기를 마칠 때 KT는 정부가 주도했던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돼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국내 IT 기업 중 가장 많은 사람을 고용한 KT가 코로나 광풍 속에서도 인력 구조조정 없이 기업 가치를 높여가고 세상에 유용한 일들을 하나 둘씩 만들어 나간다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구 대표의 실사구시 정신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내년에는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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