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북촌 한옥마을엔 관광객 방문이 제한되고 있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관광)으로 북촌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면서 종로구가 이 일대를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한 탓이다. 이 조처로 주거지가 밀집한 구역(레드존)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이 들어갈 수 없다. 넉달간 계도기간이 끝난 뒤에는 과태료도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개선된 삶의 질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상인들은 일방적인 조치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측면에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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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6시쯤 재차 방문한 북촌 한옥마을에는 흰색 옷을 입은 구청 관계자와 계도 인력 6명이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구역’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의 안내를 받은 베트남 관광객 A(23)씨는 “저기 있는 직원들이 나가야 한다고 해 나가고 있다”며 발길을 돌렸다. 관계자들은 골목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마다 한옥 투숙객인지 확인했다. 한 관계자는 “계도를 한 지 며칠 돼서 그런지 주민인지 아닌지 보인다”며 “확실히 관광객이 줄었다”고 말했다.
원래라면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지만 실제 제한시간이 생긴 이후 북촌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퇴근 시간대를 지난 오후 7시쯤에는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씩 지나다니는 것을 제외하고 한옥마을 근처를 방문한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대로변의 가게들도 모두 불을 끄고 영업을 종료해 길이 어두컴컴했다. 한옥마을 초입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6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직원 B씨는 “월요일인 걸 감안해도 이 정도로 사람이 없진 않았다”며 “통행금지 제도 도입 이후에 사람이 확 줄어서 영업 종료시간도 30분 앞당겼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만난 대다수 주민은 며칠 새 바뀐 풍경을 환영했다. 홀로 골목에 들어서던 한 중년 여성은 계도 중인 구청 관계자를 향해 “이제야 살맛 나네”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20년째 살고 있다는 50대 정모씨도 “관광버스가 없어 길이 정돈돼 사람 사는 곳 같다”며 “이전에는 옆방에서 떠드는 것처럼 시끄러웠는데 드디어 저녁이 있는 일상을 되찾았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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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상인들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레드존 초입에서 5년 넘게 액세서리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단 한 번도 상인들과 (구청이) 상의한 적 없었다”며 “여름에는 해가 8시까지도 떠있는데 동절기와 하절기를 구분하지도 않고 일괄적으로 5시부터 통행금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인 이모(46)씨는 “시끄럽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만 과태료를 부과하면 될 것이지 일괄적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건 과한 조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민의 피해가 심각한 만큼 관광진흥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일 수 있다면서도 실효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 간 절충, 갈등 해소를 위해 필요하지만 실효성은 논의가 되지 않았다”며 “과태료 부과를 실제로 어떻게 할 건지, 인력 투입은 어떻게 할 건 지 등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계도 기간 중 주민과 상인이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구가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제언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내년 3월부터는 1년씩 한시적으로 인력을 고용해 과태료 및 관리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라며 “제도 자체가 바뀌진 않겠지만 어떻게 숙박손님을 가려낼 것인지 등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