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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편 1~2권에서 실크로드를 찾아 중국 서안에서 시작한 유 교수의 여정은 하서주랑과 돈항을 거쳐 이번 3권에서 본격적으로 신강위구르자치구 오아시스 도시들과 타클라마칸사막을 탐방한다. 신강위구르자치구는 광대한 타림분지를 중심으로 고비 사막 등 거대한 산맥과 끝없이 이어지는 대초원, 오아시스 도시들로 이루어진 중국 최대의 성(省)이다.
유 교수는 이번 책에서 실크로드는 특정한 길로 나 있는 선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는 “사람들이 실크로드라고 하면 현장법사 스님이 갔던 길로 생각하는데 사실 타클라마칸 사막 주변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를 이어가는 점”이라며 이번 책에서는 오아시스 도시를 순례한다.
이번 유 교수의 탐방에서 핵심은 투르판 지역이다. 그는 “투르판 지역에 대한 유혹에서 실크로드 답사가 시작됐다”고 공개했다. 투르판은 실크로드 북로와 중로가 달라지는 길목에 위치한 지역으로 고대부터 실크로드의 대표적 오아시스 도시로 꼽혔다. 투르판 지역에 대한 얘기는 책의 3분의 1을 차지하기도 한다.
유 교수는 투르판 불교 유적을 대표하는 ‘베제클리크석굴’을 얘기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베제클리크석굴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화염산을 배경 삼아 수려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석굴사원으로 신강 지역 ‘키질 석굴’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면서도 “독일 제국주의 탐험가들이 이를 다 훔쳐가 지금은 가도 아무것도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그나마 독일 민속학박물관에 전시했던 벽화마저 2차 세계대전에 직격탄을 맞아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이번 답사를 “내 인생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살면서 참 가기 힘든 곳을 가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장황한 자연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책을 쓴 곳은 10번, 20번 넘게 가서 완전히 공부를 하고 썼는데 이번에는 4번 갔던 여행을 바탕으로 써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새로웠다”고 덧붙였다.
국내 답사를 또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 교수는 “건강하고 오래살면 계속 쓸 것”이라 말하며 웃었다. 그는 “한국 미술사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서도 “각 분야사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이 안돼 아직 못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편도 이어 써야 하는데 북촌, 성북동 지역이 쉽지 않다”며 “그래도 곧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1993년 처음 발간한 후 28년째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