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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엔 28개 외국계 은행이 지점을 내고 운영 중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지점을 운영하는 외국계 은행이 34곳에 달했지만 일본 야마구치은행, 캐나다 노바코셔은행, 미국 노던트러스트 등 한국을 떠나는 은행이 점차 늘고 있다. 남은 은행도 대부분 소비자 금융 대신 기업 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한국 사업을 확대하고 싶어도 규제 벽에 가로막혀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①“본점 자본금 기준을 인정해달라”
대표적인 게 자본·차입 규제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을 제외한 외국계 은행은 대부분 국내에서 법인이 아닌 지점형태로 영업한다. 글로벌 본점이 수백조원의 자본을 갖고 있어도 한국에서는 지점에 배정된 자금만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그만큼 대출 가능 한도도 작아진다. 부족한 자금을 본점에서 빌려오기도 쉽지 않다. 만기 1년을 넘는 차입액이 5000만달러를 초과하면 정부에 신고해야 하고, 국내 법인이 아닌 지점이라 채권 발행도 어렵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재정경제부 장관)가 지난달 암참 초청 간담회에서 “신고 기준을 1억달러로 높이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외국계 은행들은 “이것만으로는 영업이 제한적”이라며 “외국계은행들의 본점 자본금을 (국내) 지점에서도 똑같이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은행 지점의 자본금을 본점 기준으로 인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봐서다. 예를 들어 중국은행 본점의 2025년 말 자기자본은 약 4550억달러, 원화로 약 630조원 수준이다. 이를 한국의 동일인 신용공여 한도(대출·지급보증·회사채 인수 등) 20%에 그대로 적용하면 중국은행 서울지점은 국내 기업 한 곳에 약 126조원까지 신용을 제공할 수 있다.
당국 관계자는 “본점 자본 전체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면 국내지점이 보유한 자기자본보다 훨씬 많은 돈을 기업에 빌려주게 된다”며 “해당 기업이 부실해질 경우 국내지점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은행이 해외에 나가도 한국 본점 기준으로 자본을 인정받지 못한다”며 “해외 본점을 기준으로 자본금을 인정해준다고 해도 지점이 해외본점 돈을 컨트롤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②“예대율 규제도 완화해달라”
예대율 규제도 외국계 은행엔 ‘손톱 밑 가시’다. 현행 법규상 국내 모든 은행은 ‘예대율 규제’(원화 예수금 대비 원화 대출금 비율 100% 이하 유지)를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원화예금을 100조원 가지고 있다면, 원화대출도 원칙적으로 100조원 이내로만 할 수 있다. 은행이 받은 예금 범위 안에서 대출을 하도록 하는 일종의 건전성 규제다.
문제는 예적금 등 수신을 통해 예수금을 쌓는 국내은행과 달리 지점 형태인 외국계은행들은 일반 수신금을 거의 유치하지 못하고 본점 차입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예대율 규제를 맞추려면 원화 대출을 많이 할 수가 없게 된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외국계은행의 불만을 받아들여 지난 2023년 외국계은행의 예대율규제 대상을 원화 대출금 2조원 미만에서 4조원 미만이면 완화한 바 있다. 대출금이 4조원보다 적은 외은은 예대율 100%룰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기업대출 수요가 늘었지만, 외은들은 영업이 쉽지 않자, 예대율 규제 제외 대상을 대출금 8조원 외은 까지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는 국내 은행이 예금보다 은행채 발행에 의존해 대출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인데 수신 기반이 없는 외은 지점까지 함께 적용되면서 더 큰 규제를 받게 됐다”며 “예대율 적용 기준을 높여도 기업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푸념했다. 그는 “정부가 시장 불안이 발생했을 때는 외국계 은행을 활용하면서 평상시 영업 환경 개선에는 관심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금융 당국은 이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당국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의 예대율 적용 기준을 높이면 국내 소형은행을 역차별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은행의 경우 원화대출액이 현재 6조원대로 알려졌다.
그는 또 “생산적 금융은 국내 은행들로도 여력이 충분하다”며 “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에만 포인트를 맞춰서 모든 걸 열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전처럼 외국계 은행이 우리나라에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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