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국정감사
"클렌징 제도 폐기 검토해야"
"쿠팡 문제는 전사회적 문제"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쿠팡의 심야 로켓배송이 노동자 사망 등 잇단 산재 발생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10일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쿠팡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오른쪽)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홍용준 쿠팡CLS 대표이사.(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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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유럽에서 야간에 8시간 이상 근무를 못하게 하는데 우리도 가져와야 하지 않나”라며 “종국적으로 ‘클렌징 제도’를 없애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클렌징 제도는 목표 배송량을 채우지 못하면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제도다. 배송구역을 없앤다는 의미로 ‘클렌징’(Cleansing)으로 불린다. 로켓 배송 기준을 맞추기 위해 야간 노동의 주범으로 꼽힌다.
같은 당 김위상 의원도 “야간(노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든지”라고 했다. 김 의원은 “1개 산업에서 자꾸 이런 문제 제기가 나오기 때문에 노동부에서 야간 업무를 8시간으로 제한하는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도 쿠팡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질타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중한 심야노동과 과로, 산업재해 노출은 쿠팡의 고질적 문제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쿠팡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만이 아닌 전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노동자를 압박해 과로사로 밀어 넣는 클렌징 제도를 하루빨리 폐기하라”고 했다.
이에 김 차관은 “근로자의 건강권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한다”며 “다만 업종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 같은 것을 거칠 필요가 있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차관은 “의원님들께서 여러 문제점을 제기해 주셨기 때문에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 고인이 쿠팡CLS 직원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자료=택배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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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쿠팡 심야 로켓배송 업무를 해오다 지난 5월 숨진 고(故) 정슬기씨의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지난해 3월부터 쿠팡 퀵플렉스 기사로 일해온 고인은 지난 5월 28일 오후 경기 남양주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병원에서 밝힌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의증으로, 대표적 과로사 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이라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고인은 평소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하루 약 10시간 30분, 주 6일 근무해 주 평균 노동시간은 63시간(야간근무 30% 할증 시 77시간)이었다.
쿠팡CLS 직원의 “달려달라”는 업무 독촉에 고인이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