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민 기자] 내년부터 금융감독원 내 회계 감리 전담 부서 인력이 기존 60명에서 최대 150명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감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국내 상장사들의 회계 심사·감리 주기가 평균 20년에 달하면서 사실상 ‘사후 적발’에 그친다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찬진 금감원장 출범 이후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회계 심사·감리 제도’ 개선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원내 회계 심사·감리를 전담하는 부서를 기존 2개에서 4개로 확대하고, 현행 60명 수준인 감리 전담 인력을 90명 증원해 총 150명 규모로 늘리는 조직 개편안을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막바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확충 인력 규모를 매듭짓고, 내년도 예산안에 인력 확충 예산까지 반영하면 회계 감리 인력 확충을 위한 모든 제반 작업을 마치게 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 역시 회계 감리 인력 증원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며 “정부 예산 관리 여건상 최종 증원 규모는 일부 감액될 여지가 있지만 내년 시행에는 무리가 없도록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회계 심사·감리제도 개선’을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해왔다. 특히 현행 상장사 감리 주기(평균 20년)가 지나치게 길어 회계부정 억제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6월에는 국회와 당국, 업계가 참여하는 세미나를 열어 ‘감리 주기 단축’ 로드맵도 제시했다. 평균 20년 주기에서 코스닥은 5년, 코스피는 10년으로 각각 단축하는 방안이다.
국내 감리 주기가 긴 것은 미국처럼 법정 감리 주기(3년에 1회 이상)가 없는 제도적 문제도 있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기인한다. 2000년대 초반 코스닥 시장 활성화 등으로 국내 상장사가 크게 늘어나는 사이, 회계 감리 전담 인력은 늘지 않고 정체돼 있던 탓이다. 현재 금감원 내 회계 감리 전담 부서는 정원 기준 60명이다. 이들 60명 중에서도 부서장과 IT 인력 등을 제외하면 현장에서 실제 감리를 수행하는 전담 실무 인력은 32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국내 전체 회계 감리 대상 기업(상장사·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비상장법인 등)은 2700여개사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실무 전담 인력을 고려한 연간 감리 가능 기업 수는 150~160개에 불과하고, 이 중 상장사는 130곳 정도”라며 “상장사만 놓고 보면, 약 2600개 상장사를 연간 130개씩 차례대로 감리한다고 보면 한 바퀴를 도는 데 20년이 걸리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내년 초 인력이 확충되면 한 해 감리 대상 가능 기업이 450개사로 기존보다 3배가량 늘게 된다”며 “당장 내년부터 새로 감리를 받는 기업부터 감리 주기 단축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계 감리 주기 단축 및 인력 확충’과 달리 금감원이 지난 6월 세미나에서 함께 공론화했던 ‘계좌추적권 도입’과 미국식 ‘포괄적 재량권(중대 회계부정 시 즉시 상장폐지)’은 감독 권한 비대화 논란 및 유관기관 협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 후순위 논의 과제로 밀렸다.
계좌추적권은 금융당국이 조사 과정에서 특정 계좌의 거래내역과 자금 흐름 등을 요구·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현행법상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조사와 금융회사 검사 등에 한정해 계좌추적권을 갖고 있고, 회계 감리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좌추적권이나 상장폐지 포괄적 재량권 등은 법 개정과 유관기관 협의가 수반돼야 하는데 현재 적극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우선 가장 시급한 물리적 인원 확충과 감리 주기 단축에 집중해 내년부터 자본시장 회계 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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