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극심한 정보 비대칭, 삼천당제약 숫자가 시장을 압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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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두 기자I 2026.03.03 13:37:01
송영두 기자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자본시장에서 숫자는 곧 신뢰다. 특히 ‘계약 규모’라는 숫자는 기업의 현재 가치와 미래 기대를 동시에 압축한다. 삼천당제약(000250) 주가를 올해 약 3개월 만에 20만원대에서 80만원대로 끌어올리고, 기업가치 19조원을 바라보게 만든 동력 역시 숫자였다.

26일 발표한 자체 개발 경구 플랫폼 ‘S-PASS’를 적용한 GLP-1 비만치료제 제네릭 제품 공급 계약은 그 정점이었다. 회사가 제시한 총 계약 규모는 5조3000억원. 기술이전이든 제품 공급이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수치다. 문제는 그 숫자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무엇을 근거로 산출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비어 있다는 점이다.

이번 계약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5조3000억원이라는 숫자다. 한국거래소 공시에는 해당 금액이 기재돼 있지 않다. 공시에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합산한 3000만 유로(약 508억원)만 명시됐다. 반면 공시 직후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총 계약 규모 5조3000억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왜 5조3000억원인지, 어떤 가정과 계산을 거쳤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취재 결과, 한국거래소가 검토한 계약서에도 5조3000억원이라는 숫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일부 언론이 이 부분을 지적한 이유다. 공시에는 없고 보도자료에는 있는 금액, 그리고 그 산정 근거에 대한 질문에 회사는 “계약 관련 사항”이라는 답만 반복했다.

그동안 파트너사와의 비밀유지협약(NDA)을 이유로 계약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던 회사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조 단위 숫자는 공개한 셈이다. 왜 그 숫자는 공개 대상이었는지, 어떤 기준으로 ‘총 계약 규모’로 규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없다.

현재 회사가 밝힌 계약 조건은 △유럽 소재 제약사와의 계약 △유럽 11개국 공급 △계약금 및 마일스톤 3000만 유로 △순이익 기준 프로핏쉐어링(삼천당제약 60%, 파트너사 40%) 정도다. 5조3000억원은 확정된 총 계약 규모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회사 내부 추정치일 가능성은 있으나, 그 산출 근거와 전제는 공개되지 않았다.

프로핏쉐어링 구조는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크다. 시장 규모, 판매량, 가격, 비용 구조에 따라 실제 수익은 크게 달라진다. 이론적 최대 매출과 실수취 금액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발생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렇다면 ‘총 계약 규모’라는 표현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숫자가 클수록 설명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아이러니한 대목은 시장 반응이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조 단위 숫자가 사실상 공식 수치처럼 소비되는 동안, 이를 검증하고 문제를 제기한 언론과 기자들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정작 산정 근거에 대한 질문보다, 질문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 사이 주가는 큰 흔들림 없이 강세를 이어갔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구조적 리스크는 정보 비대칭성이다. 임상 데이터, 계약 조건, 기술의 실체가 외부에서 완전히 검증되기 어려운 특성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시와 보도자료의 정확성과 일관성은 더욱 중요하다. 이를 묻는 질문은 산업을 흔드는 행위가 아니라, 산업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시장 역시 냉정해야 한다. 기업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신뢰하고 의문 제기를 배척하는 문화는 단기 주가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 신뢰를 훼손한다. 주가 상승 기대가 사실 검증보다 앞서는 순간, 자본시장은 스스로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하다. 회사의 명확한 설명, 금융당국의 객관적 점검, 그리고 투자자의 이성적 판단이다. 숫자가 클수록 더 투명해야 한다는 상식. 자본시장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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