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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첫날 우왕좌왕…적립식펀드 가입하는데 1시간

이진철 기자I 2021.03.25 17:24:55

설명 의무 대폭 강화.."절차 너무 복잡해져"
"상품 가입 신중해져" 긍정론도
청약철회권, 위법계약해지권 등 도입 변화

[이데일리 이진철 이승현 기자] “나중에 펀드 수익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낸 돈을 돌려받고 해지할 수 있나요?” “너무 많이 설명하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더 헷갈리네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날인 25일 시중은행 일선 창구에서는 직원과 고객의 소소한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일부 긍정론도 있었다. 은행 직원 말만 믿고 무턱대고 금융상품에 가입해 낭패를 겪는 일이 줄어들고 고객 입장에서 한번 더 신중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첫 날인 25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제공
일선 창구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예·적금, 펀드 등의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 1명당 가입 절차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종전보다 크게 길어졌다는 점이었다.

금융사는 소비자가 요청하면 설명서를 제공해 설명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소비자는 금융사 직원의 설명을 이해한 경우 그 사실을 서명이나 기명날인, 녹취를 통해 확인해줘야 한다. 설명서는 서면으로 주거나 우편(이메일 포함)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전송할 수 있다. 또 모바일 앱이나 태블릿 등 화면을 통해 설명서 내용을 보여줘도 된다.

실제로 이날 서울 중구에 있는 A은행의 영업점을 찾은 한 고객은 만기 예금을 재예치하고 적립식 펀드 상품을 각각 하나씩 가입하는데 평소의 2배가 넘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는 금융사는 소비자에게 적합성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 받고 그 정보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제공 받은 정보를 토대로 소비자의 손실감수능력 또는 대출 상환능력 등을 판단해 적합하지 않은 금융상품은 권유해선 안 된다.

B은행 영업점 직원은 “투자상품 가입 시 투자성향 분석을 해야 하는데, 성향 분석의 문항 수가 기존 7개 문항에서 15개로 늘어나 모든 문항을 일일이 설명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고 전했다. 일부 지점에서는 상담 시간 증가로 대기 시간이 늘면서 창구가 혼잡해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일선 창구에서는 설명 시간이 길어지고 작성할 서류가 많아진다고 해서 실제 고객의 이해가 높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일부 고객들은 ‘바쁘니 핵심 내용만 요약해달라’, ‘너무 많이 설명하니 더 헷갈리고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선 창구에서는 금소법으로 소비자 권리가 강화되면서 상품 권유와 가입에 신중해진 모습도 보였다. 이번 새로 도입된 청약철회권은 소비자가 일정 기간 안에 자신의 의사에 따라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다. 소비자는 △보험 등 보장성 상품은 15일 이내 △대출성 상품은 14일 이내 △펀드 등 투자성 상품은 7일 이내라면 금융사 잘못이 없어도 임의로 자유롭게 계약을 철회하고 돈을 환불받을 수 있고, 위약금도 내지 않는다.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사가 판매규제를 위반하면 소비자가 중도에 해지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사는 6대 영업행위 규제(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 권유행위 금지, 광고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소비자는 금융사의 규제 위반을 안 날로부터 1년 또는 계약체결일부터 5년의 기간 중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 위법계약해지권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권리를 행사하면 해당 계약은 해지시점 이후부터 무효가 된다. 이 때문에 해지시점까지 발생한 금융서비스 관련 비용은 환급 대상이 아니다. 대출 이자나 카드 연회비, 펀드 수수료·보수, 투자손실, 위험보험료 등은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것이다.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해 발생한 해지와 관련된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하지 않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 위험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늘어나고 복잡해지면서 일선 창구에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듯 하다”면서 “앞으로 은행 창구를 찾은 고객들에게 비대면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경향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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