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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공식 조문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빈소를 찾았다. 반 전 총장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존경하는 기업인”이라며 “갑자기 돌아가셔서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귀국해서 전화를 드렸을 때 구 회장이 ‘몸이 불편해 다음에 만나자’고 하셨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다”면서 “그 때 병문안이라도 갔어야 했는데…”라고 안타까워 했다.
고(故) 구 회장이 ‘재계의 어른’으로 불렸던 만큼 이날도 아침부터 경제계 거물급 인사들의 조문이 계속 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이석채 전 KT(030200) 회장 등이 구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빈소를 방문했다. 이희범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아침 일찍 다시 빈소를 찾아 이틀째 조문했다.
오후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빈소를 찾아 “우리 경제계의 큰 별이 가셨다. 정말 안타깝다”며 애도했다. 손 회장은 “정도경영에 앞장서며 큰 일을 하셨는데, 이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다”면서 “새로 맡으신 분들이 잘해서 (구 회장의) 위업을 더 빛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LG 계열사 부회장단과 40여 명의 임원이 단체로 빈소를 찾았다.
특히 차 부회장은 조문 뒤 빈소를 나가면서 “(구 회장이) 아끼지 않은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며, 침통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6명의 전문경영인 부회장단 가운데 하현회 LG 부회장은 장례 첫날부터 유족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면서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기업인 시절부터 구 회장과 친분이 있었다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도 이날 빈소를 방문했다. 안 후보는 “아직도 할 일이 많으신 분이고 존경받는 분인데 너무 큰 상실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구인회-허만정)와 아버지(구자경-허준구) 세대에 이어 구씨가(家)와 허씨가 간의 3대째 동업자인 허창수 GS 회장이 구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해외출장 중이었던 허 회장은 급거 귀국해 빈소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시쯤 빈소에 들어선 허 회장은 2시간 가까이 머물다 오후 4시가 돼서야 자리를 떴다.
허 회장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지만,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그는 전날 추도사를 내고 “믿기지 않는 비보에 애통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마음이 미어진다”면서 “정도(正道)를 걷는 경영으로 후배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되셨던 회장님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하늘이 야속하게 느껴진다”며 슬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