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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1월 들어설 때 비축량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현재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은 핵폭탄 4개를 만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농도를 60%까지 올린 우라늄은 추가 공정을 거쳐 농도를 90%까지 끌어올리면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단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다.
같은 기간 이란의 20% 농축 우라늄 비축량도 소폭 증가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대표는 지난 8월 IAEA 보고서에서 이란이 이미 5개월 내에 15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이전보다 우라늄 비축량을 늘린 것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는 와중에 이뤄졌다고 WSJ은 지적했다. 지난달 1일 이란은 약 200발의 탄도미사일을 이스라엘에 발사해 일부 군사시설 등에 피해를 입혔다.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은 지난달 26일 이란의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미사일 제조 시설에 정밀 타격으로 피해를 입혔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중동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될 수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IAEA는 이란의 행동을 규제하려 하고 있지만, 이란은 협조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기밀 보고서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지난 14일 이란을 방문했지만, 이란은 미신고 핵물질의 출처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IAEA는 이번 보고서에서 “그로시 사무총장이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에게 IAEA와의 대치를 끝내고 IAEA 감독을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고 전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이번 주 IAEA 이사회에서 이란의 행동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준비 중이다.
이에 이란은 자국의 핵프로그램을 압박하기 위한 IAEA 결의안 채택을 막고자 지난 14일 자국을 찾은 그로시 IAEA 사무총장에게 60%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제한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이란의 제안은 농도 60% 우라늄 비축량을 약 185㎏, 즉 이틀 전에 보유한 비축량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며, 이번 주 IAEA 이사회에서 이란 결의안을 폐기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그로시 총장을 만난 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헌신적 가입국으로서 IAEA에 완전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의견차는 협력과 대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압력과 협박 속에서는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IAEA 이사회에서 이란 결의안을 추진하는 유럽 국가들에 경고했다.
IAEA는 이날 시작하는 이사회 회의에서 대이란 결의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202.8㎏의 저농축(3.67%) 우라늄만 보유할 수 있었다. 당시 합의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중단하는 대가로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WSJ은 “이란의 핵 연료 비축량 확대 결정과 이를 감시하는 IAEA와의 협력실패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도전이며, 유럽으로부터 새로운 외교적 압력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