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신약 연구개발·생산'…제약업 본질 찾는 계기 돼야

강경훈 기자I 2019.03.27 16:36:06

위탁 생동·생산 ''무늬만 제약사'' 난립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경쟁력 갖추자는 취지
연구역량 있는 중소제약사 피해 없어야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제네릭(복제약)을 만들 때 해야 하는 생동성(생물학적동등성) 시험도 엄밀히 말하면 연구개발의 한 과정입니다. 연구개발도 안하고 약도 직접 만들지 않는 제약사를 제약사라고 불러야 할까요? 제약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2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해 한 제약사 대표는 이 같이 말했다.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은 △제네릭 개발 시 자체적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진행하거나 △의약품 제조 시 식약처에 등록된 원료의약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 대표는 저품질 복제약 난립과 과잉 경쟁으로 인한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고 제약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번 개편안이 상당수 경쟁력 없는 제약사들을 솎아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합병(M&A)이나 자연도태 등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제약사들 위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8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의약품 제조업체 수는 412곳에 이른다. 수는 많지만 절대다수가 복제약에 의존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기록을 가진 B형간염약 ‘바라크루드’가 2015년 특허가 만료되자 200개가 넘는 복제약이 쏟아져 나왔다. 위탁·공동생동 참여업체에 제한이 없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 생산도 위탁으로 해결했다. 동일한 위탁공장에서 포장만 바꿔달고 나온 사실상 같은 약들이 자기들끼리 경쟁을 하는 것. 그러다 보니 리베이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200개가 넘는 바라크루드 복제약 중 실제 판매실적이 있는 약은 20~30개에 불과하다”며 “팔지도 못할 약의 허가를 위한 행정비용 낭비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안 시행으로 규모는 작지만 신약개발 기술 역량이 있는 중소제약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혁신형제약사 대표는 “무분별한 CSO(영업대행)들은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제네릭 판매로 얻은 수익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던 중소 제약사들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약가를 깎이면 고스란히 수익이 줄어들고 그러면 제약사는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지출부터 줄이는데 그게 바로 연구개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력 없는 제네릭은 그만 만들고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갖춘 나만의 독자적인 무기를 만들라는 뜻은 알겠지만 초가삼간은 그대로 살리면서 빈대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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