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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항 사전고지했어야" 천재지변도 대응미숙 피해는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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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석 기자I 2016.01.25 21:01:31

자연재해도 고지의무 불이행·후속조치 미흡시 배상
도로서 폭설 고립된 244명 피해 도로공사에 책임 물어
"악천후로 인한 결항 가능성 사전 고지 했어야" 지적
공항 노숙으로 인한 질병도 공항공사에 배상 요구 가능

24일 제주공항이 한파·대설·강풍특보로 항공기 운항이 잠정 중단되자 공항에 남은 체류객들이 여객터미널에서 모포를 덮어 지친 몸을 쉬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전재욱 기자] 제주에 내린 폭설로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9만여명이 사흘간 고립된 사태가 해결 국면에 들어서면서 운항을 중단한 항공사와 제주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에 대한 배상 책임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사 등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피한 사태인 만큼 배상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항공기가 뜨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사전고지가 없었거나 후속조치 미비로 인한 피해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천재지변이어도 후속조치 미흡시 배상

국토교통부는 25일 오후 3시부터 제주공항 운항을 재개한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23일 오후 5시 45분 공항이 전면 통제된 후 42시간만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약 9만 명의 관광객들의 발이 묶였다.1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

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이번 사태가 천재지변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실제 판례는 다르다. 법원은 자연재해라고 해도 이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거나 후속조치가 미비한 경우에 대해서는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08년 대법원은 2004년 대전에 내린 폭설로 인해 12시간 이상 고속도로에 고립됐던 김모씨 등 244명에 대해 한국도로공사가 1인당 20만~45만원을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49㎝의 폭설은 어쩔 수 없지만 도로공사가 이후 교통제한 및 운행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않은 책임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2011년 18명의 사상자를 낸 우면산 산사태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2014년 서울중앙지법은 우면산 사태 피해자 황모씨가 낸 소송에서 “서초구는 위험을 알고도 주민들에게 대피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며 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산사태를 막지 못한 국가와 서울시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제주공항 사태에서 항공사가 결항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이를 고객에게 사전 고지않아 고객이 피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 책임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A항공사 관계자는 “고객들의 여행일정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기에 결항 예고 문자 등은 발송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기예보 등으로 항공사에서도 장기간 결항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고객들에게 미리 고지를 해줬어야 한다”며 “이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이 발생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또 “항공사에서는 티켓 예매 시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는 보상할 수 없다’고 사전 고지했다고 하지만 이를 고객들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만큼 고지했는지도 손해배상 소송에서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항 노숙으로 피해 입어도 배상책임

또한 숙소를 잡지 못해 공항에서 노숙을 하다 감기 등 질병에 걸렸다면 항공사와 제주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제주공항에는 약 1000명이 노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판사 출신의 B변호사는 “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모두 이용객에 대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며 “천재지변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가 아니라 위기 대응 미숙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별개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천재지변으로 인한 승객 장기체류 사태에 대비한 매뉴얼이 없었다면 이 역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 저가항공사들은 이같은 매뉴얼을 구비하지 못한 채 이번 사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항공사는 “매뉴얼은 있지만 원칙적으로 대외비”라고 말했다.

B변호사는 “(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이)천재지변 발생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로써 사태가 악화하는 데 대한 책임은 물을 수 있을 것”며 “소송으로 가자면 충분히 갈 수 있는 사안인데 대응미숙으로 사태가 악화한 것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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