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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마감하고 그린 꽃, 전국 GS25에 피었다”…28살 점주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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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6.10.21 15: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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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점주 겸 화가 최종원 작가 인터뷰
하루 10시간 매장 지키고 밤엔 그림 작업
SNS 수백만뷰…작품 전국 컵홀더에 담겨
저작권료 전액 기부…“20·30년 더 그릴 것”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그림은 앞으로 20년, 30년 계속 그릴 거예요. 그러려면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하면서 가야 하니까 편의점은 계속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생활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낮에는 편의점 점주로, 밤에는 화가로 살아가는 최종원 작가는 20일 경기 양평의 집이자 작업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 8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그림 영상이 수백만회 조회되며 주목받은 그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 GS25와 협업했다. 그의 작품 ‘들꽃’과 ‘설강화’가 지난 15일부터 전국 GS25에서 사용하는 카페25 한정판 컵홀더에 실렸다. 매장에서 커피를 팔던 점주가 그 커피에 자신의 그림까지 담아 건네게 된 셈이다.

20일 경기 양평에서 GS25 점주 겸 화가 최종원 작가가 자신의 작품 ‘들꽃’과 ‘설강화’가 담긴 카페25 한정판 컵홀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20일 경기 양평에서 GS25 점주 겸 화가 최종원 작가가 자신의 작품 ‘들꽃’과 ‘설강화’가 담긴 카페25 한정판 컵홀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영화 ‘계춘할망’ 속 그림 ‘고백’을 보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왔다. 곧바로 스케치북과 연필을 샀고, 마을 미술학원 원장의 권유로 입시를 준비했다. 순수미술을 꿈꿨지만 준비 기간과 학원비 부담에 대학은 디자인과로 갔다. 유화는 독학으로 익혔다. 올해로 4년째 운영 중인 편의점은 어머니가 혼자 꾸리던 슈퍼에서 출발했다. 매출이 신통치 않고 어머니도 지쳐가자 그가 먼저 편의점 전환을 제안했다.

현재는 어머니, 아르바이트 직원과 매장을 운영한다. 관광지라 여름 성수기엔 일손을 늘리지만 그 역시 하루 10시간 넘게 일한다. 최근 새벽 근무자가 그만두면서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문을 연다. 중간에 잠시 눈을 붙이고 밤 11시 마감을 마친 뒤에야 붓을 든다. 작업은 하루 두세 시간, 작은 작품은 2주, 큰 작품은 두 달 넘게 걸린다. 그는 “그림에 집중하면 다른 생각은 사라지고 온전히 저에게 집중하게 된다”며 “아직도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놓기 싫다”고 했다.

꽃은 그가 가장 자주 찾는 소재다. 산책하다 마주친 꽃을 사진으로 남기고 꽃말을 찾아본 뒤, 그날의 날씨와 감정을 더해 캔버스에 옮긴다. SNS에서 큰 관심을 받은 ‘강변에 핀 현호색’도 풍경화가 모임의 야외 사생에서 만난 꽃이다. 지난 8월 작업 계정을 열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볼 줄은 몰랐다. 그는 “하루 이틀은 신기해서 휴대전화만 봤다”며 “잘 그리는 분들이 워낙 많은데 제 그림에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20일 경기 양평 최종원 작가의 작업실에 작품 ‘들꽃’(왼쪽)과 ‘설강화’가 놓여 있다. 두 작품은 지난 15일부터 전국 GS25 카페25 한정판 컵홀더 디자인에 적용됐다. (사진=한전진 기자)
20일 경기 양평 최종원 작가의 작업실에 작품 ‘들꽃’(왼쪽)과 ‘설강화’가 놓여 있다. 두 작품은 지난 15일부터 전국 GS25 카페25 한정판 컵홀더 디자인에 적용됐다. (사진=한전진 기자)
20일 경기 양평의 작업실에서 최종원 작가가 그림 작업을 하던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20일 경기 양평의 작업실에서 최종원 작가가 그림 작업을 하던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SNS에는 편의점 점주라는 자신의 일상도 함께 소개했다. 그림과 생업을 병행하는 이야기에 응원이 쌓였고, 마을 주민들도 영상을 보고 그를 알아봤다. 그러던 중 GS25가 꿈을 이어가는 이들을 응원하는 ‘For Dreamers’ 프로젝트의 첫 주인공으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컵홀더에 실린 ‘들꽃’은 유화를 시작하고 처음 완성한 대형 작품이다. 그는 “첫 시도의 행복함과 즐거움 때문에 지치지도 않고 그렸다”며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 그림을 꼽았다.

함께 실린 ‘설강화’에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이들을 향한 위로를 담았다. 겨울을 견디고 피어나는 꽃과 ‘희망·위로’라는 꽃말에서 영감을 얻었다. 화면 속 그림이 컵홀더가 돼 돌아온 것은 신기했지만, 손님에게 건넬 때 먼저 내색하지는 않는다. 그는 “낯가림이 많아 부끄러워서 티는 안 내고 드린다”고 했다. 대신 편의점을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고 전시에도 참여해온 그를 지켜본 친구와 지인들의 응원과 축하가 이어졌다.

20일 경기 양평의 집이자 작업실에서 최종원 작가가 자신의 작품 ‘들꽃’ 옆에 앉아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20일 경기 양평의 집이자 작업실에서 최종원 작가가 자신의 작품 ‘들꽃’ 옆에 앉아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이번 협업으로 받는 저작권료는 전액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기부금은 어린이 미술교육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그림이 자신에게 그랬듯 아이들에게도 힘든 순간을 잠시 잊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아픈 아이들은 치료가 우선이지만 미술교육을 통해 잠깐이라도 힘든 것을 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화실이나 카페처럼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어른들도 그 모습을 보며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그가 그리는 미래다.

관심이 커졌다고 작업 속도를 높일 생각은 없다. 전시와 협업 제안도 일상이 흔들리는 것 같아 보류했다. 현재 작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작업 시간이 한정돼 있고 작품도 많지 않아 자신을 보여줄 그림을 남겨두고 싶어서다. 그는 “누군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제 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은 주변에 피었던 달맞이꽃을 소재로 대형 작품 두 점을 그리며 매장과 작업실을 오가고 있다.

생업과 꿈을 함께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무조건 힘내라는 독려와는 거리가 있었다. SNS에서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고 자신의 속도가 느리다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 역시 지치면 붓을 놓고 쉰다. 그는 “일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같이 하면 상대적인 속도 때문에 조급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힘들 때는 쉬었으면 좋겠다. 잠시 멈추고 현실에 집중하다 보면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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