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신용 헤지펀드 소나자산운용이 최근 AI 관련 거래 176건을 분석한 결과, 기업 202곳이 얽힌 자금 조달 규모는 3조6000억달러(약 4896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120건은 같은 회사가 투자자이자 고객, 공급자로 동시에 등장하는 ‘순환 거래’였다. 소나는 AI 생태계를 이루는 상장사 255곳의 시가총액이 50조달러(약 6경8000조원)로 5년 전의 2배를 넘고, 이들의 부채는 약 6조달러(약 816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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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거래의 문제는 한 곳의 부실이 곧바로 거래 상대방에게 번진다는 점이다. 소나에 따르면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는 매출의 67%를 마이크로소프트(MS) 한 곳에 기대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체 어플라이드디지털은 매출의 56%를 오라클, 30%를 코어위브에서 올린다. 큰 고객 한 곳이 투자를 줄이면 거래 상대방은 존립을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다.
돈의 흐름도 뒤엉켜 있다. FT는 반도체 업체와 데이터센터 운영사, 전력 공급업체들이 공모·사모 신용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동시에 서로에게 자금을 대주고 있어, 이들의 채권을 사들인 연기금과 보험사조차 AI 산업에 실제로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콧 슐트 바클레이스 투자등급채권 신디케이트 공동 대표는 “모든 게 잘 풀리는 동안은 좋지만, 어디서든 문제가 생기는 순간 생태계가 너무 얽혀 있다”고 우려했다.
수요 자체가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핌코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공급업체와 대형 고객들이 선급금, 장기 구매 약정, 자금 지원 등으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의 실제 AI 도입에서 나온 수요와는 다른 ‘유도된 수요’라고 지적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지난 6월 연례보고서에서 이런 거래는 “조건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같은 자산이 여러 번 담보로 잡힐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돈 못 벌게 되면”…빚 상환 부담 부메랑 우려
문제는 이 모든 빚이 AI가 큰돈을 벌어다 줄 것이란 전제 위에 서 있다는 점이다. 토르스텐 슬뢰크 아폴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빅테크의 신용은 영업현금흐름이 6000억달러(약 816조원)에서 2조달러(약 2720조원)로 3배 늘어난다는 단 하나의 가정에 기대고 있다”고 짚었다. 그렇지 않으면 신용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설비투자가 줄어 결국 미국 경제성장도 둔화할 것이란 경고다.
수익화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FT는 앤스로픽과 오픈AI가 통제를 벗어난 AI 에이전트의 웹사이트 해킹 사태 이후 개발 속도 조절을 언급했고, 전력을 많이 먹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대 여론도 미국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막대한 빚으로 지어졌다가 거품이 꺼진 19세기 철도 붐에 빗대는 목소리도 흔하다. BIS는 자금 조달이 갑자기 끊기면 “설비투자 붐이 장기적인 투자 붕괴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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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크기는 기업마다 다르다. 핌코에 따르면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5곳 중 4곳은 순부채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반면 코어위브 같은 신생 AI 클라우드 업체들은 투기등급 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 코어위브의 차입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356억달러(약 48조4160억원)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로 매기고 있다.
빅테크 중에선 오라클의 부담이 크다. 8월 말 기준 차입금이 1253억달러(약 170조4080억원)이고, 아직 시작되지 않은 데이터센터 임차 약정도 2880억달러(약 391조6800억원)에 달한다.
위기가 시작될 곳으로는 이런 투기등급 업체들이 꼽힌다. 데이비드 브라운 뉴버거버먼 투자등급채권 공동 대표는 “투기등급 시장에서 기업이든 특정 데이터센터든 무언가 무너지면 투자등급 시장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조차 노출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메타는 본사 명의뿐 아니라 개별 데이터센터 사업에 묶인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서도 채권을 발행했다. 로런 모런 웰링턴매니지먼트 채권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단일 발행사 한도를 높여 왔다”고 지적했다.
루커스 베인스 뱅가드 선임 투자전략가는 “새 채권들은 주식 수익을 이끌어온 바로 그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청구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AI발 금융 충격을 피할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FT의 진단이다.





